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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레드' 예술은 세상과 타협해야 하나… 천재 예술가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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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레드' 예술은 세상과 타협해야 하나… 천재 예술가의 고뇌

입력
2011.10.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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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관객을 맞는 것은 코를 찌르는 유화물감 냄새다. 여기저기 물감이 든 양동이가 널려 있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이 극장 안을 풍성하게 채운다. 이곳은 연극의 무대이자 뉴욕화파 중 한 사람인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화실이다. 붉은색과 주황색, 암녹색 등으로 캔버스를 분할한 색면 추상으로 유명한 그는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를 좋아하고 그림과 대화하기를 즐긴다. 그런 그가 어두운 조명 아래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연극 '레드'는 마크 로스코(강신일)의 작업실을 엿봄으로써 예술가로서 그의 철학과 고뇌를 그린다.

연극이 특히 주목한 시간적 배경은 로스코가 뉴욕 시그램 빌딩의 최고급 레스토랑 포시즌(Four Seasons)에 걸릴 벽화를 의뢰 받은 1950년대 후반이다. 니체와 융, 프로이트 등을 천착하며 외로움과 고독 속에 작업했던 로스코의 예술 인생 절정기이자 상업주의와 타협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로스코는 벽화 작업을 위해 화가 지망생 켄(강필석)을 조수로 들인다. 2인극인 '레드'는 로스코의 그림과 당대 미술계의 흐름, 각자의 예술 열정을 주제로 한 로스코와 켄의 열띤 대화로 대부분 채워진다. 물감을 섞고 캔버스를 짜는 단순한 일을 하며 로스코의 사소한 질문에도 주눅이 들었던 켄은 빠른 속도로 일에 적응한다. 그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로스코가 상업적인 포시즌 레스토랑 벽화 프로젝트를 수락한 것에 의문을 표할 만큼 당찬 캐릭터로 변모하면서 두 사람의 논쟁도 점차 뜨거워진다.

미술과 음악, 문학, 철학을 넘나드는 식자들의 대화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관객은 수많은 질문을 품게 된다. 예술가의 철학과 지적 허영의 차이는 무엇인가.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과 상업성의 경계, 그리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예술가의 열망과 열등감에 관한 것까지. 미술의 이해가 부족한 관객에게도 로스코라는 한 인간이 변화하는 세대 속에 겪는 갈등과 공포의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무대다.

어려운 대사 탓에 자칫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지적인 연극을 쫀쫀하게 끌고 가는 두 배우의 호연도 돋보인다.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극작가인 존 로건이 썼고, 2009년 영국 초연 후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토니상 최우수연극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연출 오경택. 11월 6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02)577-1987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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