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김미주는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이상해, 이상해'를, 테너 김재일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불러 보였다. 메조 소프라노 전주란은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에 얼마나 현란한 기교의 아리아가 들어 있는지를 입증했다. 24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스타시티에 울려 퍼진 아리아들에는 인간의 숨소리가 살아 있었다. 취재진 앞에서 제1회 '대학로 오페라 페스티벌'의 출항을 알리는 자리였다.
피아노 반주에 숨소리까지 모조리 들리는 아리아의 감흥이 각별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반주와 겨루기 위해 목청껏 부르는, 통상적 오페라 무대가 아니다. 피아노나 엘렉톤 반주로 이 소극장에서 펼쳐질 아리아의 향연은 중ㆍ대극장 오페라와는 다른, 작은 오페라의 별미다. 폭스캄머앙상블, 클래식타임즈, 이지클래식, 자작나무앙상블, 메디앙오페라 등 젊고도 작은 5개 오페라단이 잇달아 펼쳐 보일 작지만 큰 무대다.
이 극장의 오씨어터에서 11월 1일 '라 트라비아타'로 시작하는 이번 무대는 대형 오페라가 외피를 벗는 현장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우주를 배경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던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이 이번에는 소극장 버전으로 살아난다. 잘 공연되지 않는 그의 '돈 파스칼레'가 이번에 메디앙오페라단의 창단 공연작으로 이 무대에 오른다. 이탈리아 오페라 전문 단체를 표방한 단체답게 벨 칸토 오페라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반면 자작나무앙상블의 김경아 대표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지양하고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제 3세계의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라며 이 행사가 지향하는 외연을 넓혔다.
스타시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예술전용극장'으로 선정, 폭스캄머앙상블에 운영을 맡긴 대학로 유일의 클래식 전용 공간이다. 2009년 '라 트라비아타'로 개관을 알린 이 극장은 지난 5월 서울시가 '사회적 기업'으로도 선정, 한 달 뒤 이를 기념하는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극장 대표이자 폭스캄머앙상블 대표인 최강지(38ㆍ사진)씨는 "음악은 물론 연극과 무용 등 관련 단체와 합쳐 새로운 양식의 무대를 창출하겠다"며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신인들에게 기회의 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당 10명 내외로 축약된 무대의 출연진 중 6~7할은 신인이다.
야심 찬 무대를 마련했지만 수익성을 확보해 페스티벌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최 대표는 "관객 유치를 위해 서울문화재단 등 기관들과의 협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40억 아시아 인구를 겨냥한 상품화가 궁극의 목적"이라며 "일본어 중국어 자막 처리, 일본 중국의 오페라 레퍼토리 개발이 과제"라고 말했다.
11월 1, 2일 폭스캄머앙상블이 '라 트라비아타'로 막을 올리고 이어 18~20일과 25~27일 '사랑의 묘약'을 공연한다. 23, 24일 메디앙오페라단의 '돈 파스콸레'가 뒤를 잇는다. 12월 1, 2일 자작나무앙상블의 '카르멘', 3,4일 클래식타임즈의 '마술피리', 5, 6일과 8~11일 이지클래식의 '신데렐라'로 막 내린다. (070)7517-6208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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