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 오름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4일 ℓ당 평균 1,933원이던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은 어제까지 50여일 동안 계속 상승해 ℓ당 1,991원 위로 치솟았다. 서울 지역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이미 지난 11일 사상 최고가인 2,044원을 넘은 후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고, 인천 경기 등도 2,000원을 넘었다.
최근 들어서는 가격 상승 폭까지 커졌다. 지난달 초부터 하루 평균 1.14원씩 오르던 휘발유 값은 18일 이후로는 1.78원씩 올랐다. 이대로라면 다음주 전국 평균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인 2,000원을 쉬이 넘을 전망이다.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지운 유가 상승세는 이미 승용차 운행 자제 등의 단순 자구책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다. 겨울로 접어들면 난방용 기름과 농가의 하우스용 수요도 더욱 커진다. 지식경제부의 ‘손목 비틀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거래 조사 등 압박책이 효과를 다한 마당이라 걱정이 더하다.
마땅한 하락 요인을 점치기도 어렵다. 현재의 국내유가 상승세는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원화 가치의 급락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국제유가 등락 구조로 보아 세계적 수요 위축 전망만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릴 만한데, 그것이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점에서 서민가계의 주름을 펴줄 호재가 될 수 없다. 빠른 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정도의 급격한 환율 하락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 정도이면 정부가 지금까지의 대응과는 확연히 다른 유가 인하책을 내놓아 마땅하다. 한계를 드러낸 시장외적 대응이 아닌, 구체적 방법론도 숱하게 거론돼 온 만큼 정부당국의 정책 결단만이 남았다. 팔짱을 낀 채 지켜보는 대신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진 전체 ‘유류세’의 삭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당장의 세입 감소는 피할 수 없겠지만, 유가 상승이 국민생활에 고루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일종의 재정 투자나 소득 보전을 위한 감세로 여길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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