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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판 '내 이름은 김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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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판 '내 이름은 김삼순'

입력
2011.10.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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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도에서는 ‘나쿠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들이 이름을 바꾸는 일이 흔하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으로 부모들이 여자 아이에게 ‘원치 않는다’는 의미의 나쿠샤라는 이름을 붙여줬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가 너무 많아 정체성 혼란이 적지 않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산타라 지역에서 20세 이하 여아 285명이, 이름을 바꾸는 개명 행사에 참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행사를 주관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참가자 중 222명의 이름이 나쿠샤였다”며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성의 없는 이름 때문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많이 선택한 새 이름은 ‘카이란(한 줄기의 빛)’ ‘애쉬미타(매우 강인한)’ ‘수니타(신뢰가 있는)’ 등이었다. 여섯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난 한 참가자는 “사람들이 나를 계속 나쿠샤라고 부르겠지만 언젠가는 새 이름인 카이란으로 불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2011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는 남아 1,000명당 여아가 914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여아의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남아 1,000명당 여아 943~962명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성비가 매우 낮다. 행사가 열린 산타라 지역은 성비 문제가 특히 심각해 남아 1,000명당 여아가 880명에 불과했다.

여아의 비율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이 태아의 성을 감별한 뒤 여자아이로 판정되면 낙태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의학저널 란셋은 인도에서 여아 낙태가 연 50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도에서 성감별과 낙태는 불법이지만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성감별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남자에 비해 돈 벌 기회가 적고, 결혼할 때 지참금을 준비해야 하는 등 불평등한 경제문화적 여건도 여아를 꺼리는 요인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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