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10년 후인 2018년까지 연간 1,000만대를 판매, 도요타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07년 폴크스바겐의 글로벌 판매량은 도요타 보다 무려 270만대나 적었다. 하지만 빈터콘 회장의 호언장담은 불과 3년 만에 현실로 다가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JD파워 등 세계 3대 컨설팅 업계의 조사 결과를 인용, 올해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이 780만대(시장점유율 10.5%)에 달해 GM(720만대)이나 르노ㆍ닛산(680만대)를 넘어 글로벌 1위에 등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은 9월까지 이미 611만대를 판매,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도 8% 성장세를 보였고, 그 동안 고전하던 미국 시장에서도 32만2,000대를 팔아 전년(26만7,500대)보다 20.4% 성장했다.
5년 전만 해도 대규모 자산상각과 경영진 간 불화로 위기에 빠졌던 폴크스바겐이 이처럼 폭발적 성장을 누리는 비결은 뭘까.
우선 세계 최대인 중국에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986년 중국에 진출한 폴크스바겐은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크고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을 고려해 기존 파사트보다 차체가 9.1㎝ 긴 '파사트 링위(領馭)'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도 지난달까지 중국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169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착실하게 인수합병(M&A)를 진행해 대중적 차(폴크스바겐)부터 럭셔리 카(아우디, 벤틀리)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 빈터콘 회장의 주도로 아우디, 스코다 등 여러 브랜드가 플랫폼(차 틀)을 공유하고 부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비용을 크게 줄여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T는 그러나 2012년 폴크스바겐이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 슈스터 JD파워 이사는 "올해 글로벌 4위에 머물 도요타가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매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진짜 전쟁은 내년부터라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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