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차 고위급 대화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다. 7월 미 뉴욕에서 1차 대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양측 대표단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각국의 입장과 조건을 확인했다. 북한은 6자회담과 관련해 전제조건 없는 재개를 주장했으나,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중단, 핵사찰단 복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뭔가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회담에는 북한에서 김 부상과,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최선희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 이후 교체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후임에 내정된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 대사,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 등이 나왔다.
이번 북미 대화가 6자회담 돌파구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1차 대화와 비교해 양측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다, 당사자인 북미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회담 이후 기자회견 없이 성명만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남북한을 동시 방문하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북한의 입장 변화를 압박할 것이란 기대감은 남아 있다.
이번 북미접촉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2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까지 강성대국 완성을 위해 추가 핵실험이나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의 한 고위 인사는 “미국은 비핵화 조치 없이 6자회담에 가지 않는다”면서 “대화에 나선 것은 ‘북의 도발 관리를 위한 개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미국이 관리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비확산 군축담당 국장은 “구체적 성과가 없다고 해서 북미대화를 실패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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