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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대체 의무소방대원제 유명무실/ "화재 진압·인명 구조 대신 허드렛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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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대체 의무소방대원제 유명무실/ "화재 진압·인명 구조 대신 허드렛일만…"

입력
2011.10.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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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방대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하고 있는 김세환 상방(22ㆍ가명)의 꿈은 소방관이다. 전역 후 소방공무원 특채 지원 자격도 생기고, 소방서 조직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데 끌려 의무소방대에 지원했다.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김 상방은 각각 4주씩의 기초군사훈련과 소방훈련을 받고 일선 소방서에 배치됐다.

하지만 막상 소방서에 와보니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입대 후 1년 반이 됐는데 아직도 하루 일과는 대부분 청소로 시작해 청소로 끝난다. 소방학교에서 방수나 심폐소생술(CPR) 훈련을 받으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거라 기대가 컸는데 지금 하는 일은 잡무뿐"이라고 했다.

부족한 소방인력을 보충하겠다며 뽑은 의무소방대원들이 실제로는 허드렛일 전담과 행정 보조 등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구조 현장 출동은커녕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의무소방대원들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무소방대 제도는 소방관 6명이 순직한 2001년 서울 홍제동 주택 화재를 계기로 2002년부터 군 전환복무의 한 형태로 도입됐다. 군 의무복무 기간 동안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이 제도가 도입된 초기엔 매년 1,500명 안팎을 뽑았지만 '2012년 폐지', '2015년 폐지' 얘기가 나오면서 선발 인원이 줄어 올해에는 90명을 뽑는 데 그쳤다.

소방관 아버지를 보며 같은 꿈을 키웠다는 이진우(22ㆍ가명) 일방은 "동기 중 현장에 나가 구조활동을 하는 사람은 딱 1명인데 동기들끼리 모이면 '우리 중에 진짜 의무소방은 너밖에 없다'고 말한다"며 씁쓸해 했다.

일선 소방공무원들도 의무소방제의 운용에 아쉬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소방서 소방장(42)은 "소방관들도 최소 7~8년은 돼야 현장에 투입해도 안심이 되는데 고작 4주 훈련을 받은 대원에게 인명구조 업무를 맡길 수는 없다"며 "의무소방의 안전까지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짐만 된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다 보니 서울의 경우 한 소방서에 1~2명 배치에 그쳐 현장 업무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 반면 지방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의무소방대원은 "인원이 부족해 나까지 매일 밤마다 4, 5차례 보조인력으로 출동하다 보니 피곤해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방대원은 도심에서 근무하고, 군대나 전ㆍ의경처럼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개인시간이 많다는 점 때문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일하는 정상호 상방(23ㆍ가명)은 "근무 환경도 좋고 개인 시간도 많아 같이 근무하던 선임은 업무가 다 끝난 오후 7시부터는 공인회계사시험 공부를 했다"고 털어놨다.

한 소방교(37)는 "소방 활동에 필요한 건 전문인력"이라며 "군대 하사관처럼 복무 기간을 늘려 전문성을 갖추게 하거나 아니면 그 예산으로 정식 직원을 더 뽑는 게 낫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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