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수장 자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갑작스레 사장이 물러난 주택금융공사가 후임 사장 인선을 시작한데다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등 주요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끝나가지만 아직 뚜렷한 후임자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현 정권 낙하산 인사 논란의 핵심분야인지라,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감독당국 출신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주말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공사 비상임이사 4명, 외부전문가 3명)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한 후보자를 금융위원장에게 추천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종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차기 사장을 임명하게 된다.
현재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태응렬 주택금융공사 사장 직무대행 등이다.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중 금융위 1급인 김 처장이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옮기게 되면 금융위도 연쇄 인사가 불가피하다.
예전 같으면 자천타천 후보들의 움직임이 부산할 때이지만,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은 "아직 누가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런 반응이다. "현 정권이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데다, 연봉도 다른 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다"는 것이다. 하마평에 오른 한 인사는 "연락 받은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한 적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경호 전 사장이 취임 두 달 만에 돌연 사퇴한 점도 부담이다. 인사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다음 사장에 대한 검증은 보다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통상 두 달이 걸리는 사장 선임 작업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음달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의 후임도 오리무중이다. 신 회장은 최근 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가계대출 억제 등 각종 현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대립해온 터라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는 박병원 전 우리금융그룹회장, 우리은행장 출신인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12월 초 임기를 앞둔 생명보험협회장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홍영만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자의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우철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4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추측이 흘러나온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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