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대적인 내부 단속에 착수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검찰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경찰관 비리로 조직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매도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은 "변사한 시신을 안치 받기 위해 경찰관에게 뒷돈을 건넨 장례식장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 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장례식장을 압수수색해 경찰관 10여명의 이름과 돈이 오간 장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장례식장과 결탁한 경찰들은 유족들이 일반적으로 시신이 안치된 곳에서 장례를 치른다는 점을 이용, 변사 신고가 접수되면 장례식장 업주에게 연락해 시신을 수습하게 한 뒤 건당 30만~40만원을 받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해당 장례식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인근 대형병원보다 2배 이상 변사 시신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뒷돈 액수가 큰 경찰관 2~3명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장례식장이 상조회사와 보험사를 상대로도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동료 경찰을 협박해 돈을 뜯거나 피의자에게 성접대를 받은 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경찰이 검찰에 잇따라 적발됐었다.
이와 관련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22일 60여명의 경찰청 간부를 긴급 소집,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본청과 지방청에 감찰ㆍ수사ㆍ생활안전ㆍ교통 등을 망라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 내 비리를 발본색원할 계획이다. 치안감이나 경무관급을 팀장으로 해서 경찰 업무 전반에 걸친 각종 부패나 부적절한 관행을 적극적으로 감찰하는 것은 물론, 비리 가능성이 있는 경우 선제적으로 개선안을 내놓는 역할을 비리 척결 TF가 하게 된다.
조 청장은 "(최근 제기된 경찰관 비리는)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수사 주체로서의 사명감을 망각한 부끄러운 행태"라며 엄중 문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말 오전 열린 긴급간부회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청장이 최근 터지고 있는 각종 경찰관 비리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폭 난투극 경찰서장 직위해제
한편 경찰청은 지난 21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폭력조직 간 유혈 난투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안영수 인천 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형사과장과 강력팀장, 상황실장,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 또한 감찰 조사 후 징계할 방침이다. 당시 인천지역 2개 폭력조직 130여명이 충돌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이를 제지하지 못해 폭력배 한 명이 흉기에 찔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조현오 청장은 현장 조치가 미흡했던 데다 사건 경위를 경찰청 지휘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축소·허위 보고가 있었다면서 엄중 문책을 지시했다. 경찰청 감찰라인은 인천 남동서뿐 아니라 인천경찰청 지휘부와 본청 수사 보고 라인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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