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가족들의 다급한 신고를 접수한 경기 시흥경찰서 시화파출소 김군식(35) 경장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소재를 파악한 뒤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문을 뜯고 들어간 아들의 방에 A씨는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연탄이 타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험했던 상황.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김 경장은 경찰 생활 6년 여 동안 A씨 같은 자살기도자를 12명이나 구조했다. 지난달 19일엔 우울증으로 음독자살하려 한 40대 여성도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속하게 찾아내는 등 최근 한 달 사이에 2명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김 경장이 자살기도자들을 많이 구하는 비결은 단순하다. 자살 신고가 떨어지면 어떻게든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게 최선이다. 그는 "대부분 생활고나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다"며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살기도자를 많이 구하는 게 실적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김 경장은 한 사람을 살렸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자살을 막게되면 경찰이란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며 "자살을 결심하면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에 이런 정황이 감지될 경우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구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시흥=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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