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경위를 놓고 적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카다피가 시민군에 둘러싸여 얻어맞는 동영상이 공개되고 한 시민군이 자신이 카다피를 사살했다는 주장하면서 "카다피가 교전 중 손쓸 틈 없이 사망했다"는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해명과 다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22세의 시민군이 카다피에게 총탄 두 발을 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21일 보도했다. 동영상에는 '사나드 알사덱 알우레이비'라는 청년이 군복 입은 남성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내가 그(카다피)를 향해 총을 쐈다. 한 발은 겨드랑이 아래에, 다른 한 발은 머리에 쏘았다. 그는 30분만에 죽었다"고 증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카다피의 죽음이 시민군에 의한 처형일 가능성이 대두되자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콜 빌 대변인은 "카다피가 교전 중 사망했는지, 체포된 후 처형된 것인지를 알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전수칙 상 사망과 처형은 확연히 다르다"며 "카다피가 폭군이라 할지라도 적절한 사법 절차를 거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NTC에 "카다피의 죽음을 둘러싼 정황과 원인이 불투명하다"며 조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또 카다피의 시신 처리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NTC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기로 했다고 BBC 등이 22일 보도했다. 시민군 측은 카다피의 시신을 해안도시 미스라타의 한 쇼핑센터 냉동고에 방치한 채 일반에 공개해 카다피를 배출한 카다파족과 카다피 가족들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시민군은 22일 시신 상체에 이불을 덮어 총알자국 등은 가리고 얼굴만 드러나게 했다. 아메드 지브릴 NTC 외무부 대변인은 "카다피의 시신을 늦어도 며칠 안에 부족 친척들에게 인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신을 누가, 어디로 옮길지에 대해서는 NTC와 카다피 친척들이 아직 협의 중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NTC는 당초 카다피가 숨진 다음날인 21일 이슬람 전통에 따라 비공개로 장례식을 치를 방침이었지만 매장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장례를 하지 못했다.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NTC는 매장지가 카다피 추종 세력에게 성지가 되는 것을 우려해 비밀 장소를 물색해 왔다"고 보도했다.
카다피 시신 처우 논란과 별개로 42년 동안 철권 통치한 독재자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시신 안치소인 냉동고 앞에 카다피의 시신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서있다고 보도했다. 시민군은 시신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악취를 막아주는 수술용 녹색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카다피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리비아 국민 사이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과 "과잉 대응"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시민은 "카다피를 사살해서 얻은 게 뭔가"라며 여전히 남아 있는 카다피 지지 세력이 테러나 폭력 시위 등을 일으킬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무드 지브릴 NTC 총리는 22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카다피가 생포됐으면 했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카다피를 재판대에 세워 왜 42년간 폭정을 일삼았는지에 대해 추궁하기를 바랐다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리비아의 법의학자들이 22일 밤부터 23일 오전 사이에 카다피의 사망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부검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검을 마친 시신은 다시 냉동고로 보내졌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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