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아흐마토바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다 -창세기
의로운 자는 하나님의 사도를 따라갔다, 크고 빛나는 그를 따라, 검은 산으로 그러나 아내에게 들려 온 커다란 불안의 소리: 늦지 않았으니 아직도 볼 수 있으리
고향 소돔의 붉은 탑들, 노래부르던 광장, 춤추던 마당, 높은 건물의 텅 빈 창문들, 사랑하는 남편의 아이를 낳았던 그곳.
쳐다보았다—그러나 그녀의 눈은 죽음과도 같은 아픔에 마비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몸은 투명한 소금이 되고, 가벼운 두 다리는 땅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누가 이 여인을 가엾게 여길 것인가? 잃은 것 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잃음이거늘.
단 한 번 시선으로 맞바꿔진 그 생명을 그러나 내 가슴은 영원히 잊지 못하리.
● 러시아의 뮤즈로 불리는 아흐마토바의 시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앞마당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저에게 롯의 아내는 가장 어리석은 여인의 대명사였거든요. 물론 소돔과 고모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부패하고 더러운 도시를 상징하는 이름이었지요. 그런데 시인은 묻습니다. 그녀는 왜 돌아보았을까? 무엇이 아쉬워서? 그랬군요. 어떤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누추하고 하찮아서 전부 갈아엎고 정비해야 할 곳으로 보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생활의 소중한 터전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맑게 바람 드는 날 흰 빨래를 널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았던 곳. 소금기둥이 되어서라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 도시를 휩쓸고 있는 개발의 창세기를 바라보며 발전과 혁신의 논리로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을 이들을 떠올려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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