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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패로 끝난 '99%의 행동'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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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패로 끝난 '99%의 행동' 시위

입력
2011.10.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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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은 빗나갔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99%의 행동준비위원회'가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서울을 점령하라(Occupy Seoul)' 2차 집회의 참여자는 500여명의 '재야 일꾼'들 뿐이었다. 99%의 서울 점령이니, 전 지구적 연대니 하는 구호가 안쓰러운 이번 실패는 '행동'에 호응하지 않은 서울 시민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어설픈 외국 시위구호 베끼기, 잘못된 상황 규정과 정치적 계산이 뒤섞여 진짜 절박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오히려 희석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부작용은 보편적 현상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경제의 상황과 구조가 다른 만큼 부작용이 나타나는 양상도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99%의 행동'이 촉발된 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우 비생산적 민간 금융자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고, 근로자 평균연봉의 500배를 받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즐비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와 금융권의 유착과 비리, 가계 대출자들에 대한 고금리 체제 등이 더 절실한 현안이다. 1%니 99%니 하는 막연한 구호보다 우리 고유의 현안을 앞에 내세워야 했다.

'99%의 행동'에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을 쓸어 담으려 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최근 활발히 움직여온 금융소비자연맹 같은 단체는 정작 불참한 가운데, 민주노총 등이 연합 행동에 나선다고 할 때부터 초점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결국 집회 현장엔 전세난이나 반값등록금 같은 민생문제부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구호가 어지럽게 뒤엉켰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유세까지 인근에서 벌어지다 보니 집회가 산만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진보운동 역시 야무져야 한다. 선진국의 환경운동이나 탄소 저감운동이 무조건적으로 우리의 여건에 부합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해외 아마추어 시위자들의 반(反)금융자본 구호가 우리의 당면 현안을 대변할 수도 없다. '99%의 행동준비위원회'는 거리에 나서기에 앞서 생각부터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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