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와 탈레반 요인 암살 작전에 투입돼 ‘조용한 암살자’ ‘죽음의 사자’로 불렸던 무인공격기(UAVㆍ드론)가 무아마르 카다피 제거 작전에서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르테를 빠져나가는 카다피 차량 행렬을 공습으로 막아 세운 것은 프랑스 공군의 미라주 전투기와 미군의 드론이었다.
대테러전에서 드론의 효용성이 잇달아 입증되자 드론을 보유하려는 강대국간 경쟁도 치열해진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21일 “중국과 이스라엘이 드론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군비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드론은 정규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격추돼도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2004년부터 드론을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한 미국은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128차례 드론 공격을 실시해 909명을 살상했다. 사용 첫해 한차례 8명 사망과 비교하면 사용 빈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스라엘도 드론 강국이다. 직접 개발한 무인정찰기 헤론의 최신형 모델 헤론-TR은 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데,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드론도 정찰 기능 외에 지상 타격 기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샹룽’(翼龍) 등 무인정찰기를 실전 배치 중이다.
현재는 미국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수출을 제한하지만, 전문가들은 각국이 드론 보유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 올해 드론 시장은 50억 달러 규모지만 10년 내 94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론 군비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드론은 정규 군사작전 대신 ‘외과적 수술(제한적 작전)’에 동원되는데, 민가에 숨은 요인 살해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 슈피겔은 드론을 이용한 작전에 윤리 규범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군사작전의 경우 선전포고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력사용 승인 등을 거치고 제네바 협약 등에도 구속되지만, 드론에는 이런 장애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조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비용이 적게 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해 법정에 세우는 복잡한 절차 없이 즉결처분 할 수 있는 유혹 때문에 국제사회의 드론 보유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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