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창군수 재선거에서 적발된 후보매수 행위는 선거풍토가 깨끗해지려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무소속 이홍기 후보가 조동환 전 순창교육장의 출마 포기 대가로 인사권의 3분의 1을 주기로 했다는 혐의인데,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한 신고자가 선관위에 제보한 녹취록을 보면, 조 전 교육장이 "인심 쓰게 인사권 일부를 달라"고 하자 이 후보가 "남자답게 3분의 1 줄게"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사람이 당선돼 인사권의 3분의 1을 매수대상자에게 준다면, 순창군 인사나 행정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더욱이 후보 매수행위가 선거 때마다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지방행정 전반에 대한 걱정이 든다.
선거를 망치고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은 후보 매수행위만이 아니다.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욕설과 비방을 하는 것도 없어져야 할 구태다. 서울시 선관위가 서울시장 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 19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는데,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지 XX는 일제 밀정 노릇' '왜XX당 쌍XX녀' '재벌 옆구리 찔러 삥 뜯고' '이런 빨갱이 XX들 잡아서 처리' 등 선거를 저주의 굿판으로 추락시키는 내용들이다.
이런 잘못은 네티즌이나 순창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나름대로 근거를 갖춰 점잖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똑같다.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네거티브적 검증공세로 초반 열세를 극복한 탓인지 박원순 후보의 약점을 물고늘어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박원순 후보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을 버리고 나 후보 파헤치기에 나섰다. 오죽했으면 서울시 선관위가 어제 "네거티브가 계속된다면 갈등, 불신으로 시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한을 보냈겠는가.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후보들은 상대를 무너뜨릴 막판 한 방을 찾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으로 깨끗한 승부를 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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