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최근 "세계 최초로 이종(異種)간 체세포핵이식법을 이용해 멸종위기 동물인 코요테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이렇게 복제했다는 코요테 8마리를 경기도에 기증하며 떠들썩한 기념식도 열었다. 3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황 박사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추임새에 힘입어 "이속(異屬)간 복제 연구도 진행 중이며 더 나가면 매머드 복제도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황의 귀환'을 바라보는 과학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묻지마' 발표, 과대 포장, 몇 단계는 앞질러 나가는 호언장담 등 몇 해 전 '황의 몰락'을 자초했던 비뚤어진 행태들을 고스란히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우선 '코요테 복제 성공'은 현재로선 황 박사의 주장일 뿐이다. 과학적 연구성과는 반드시 논문을 통해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발표부터 했다. 코요테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를 고려해 9단계로 동식물을 분류하는 기준에 따르면 코요테는 가장 낮은 '최소 관심(Least Concern)'등급에 속한다. 이 등급엔 사람도 포함된다. '세계 최초 이종간 복제' 주장에도 반론이 잇따른다. 미국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적 학술지(Cell Stem Cell)에 따르면 소, 양, 고양이 등이 이종간 체세포핵이식법으로 복제된 바 있다.
황 박사는 한발 더 나가 '복제를 통한 매머드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가 매머드 복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문조작 등으로 재판을 받던 2006년 그는 연구비 유용 혐의를 부인하며 "실은 복제를 위해 매머드 조직을 구하려고 러시아 마피아에게 돈을 지불했고, 실제 조직을 구해 몇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에 관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황 박사측이 주장하는 매머드 복제의 핵심기술은 코요테 복제에도 썼다는 체세포핵이식법. 러시아 극지방 빙하 어딘가에 묻혀있는 매머드의 체세포를 구해 세포핵을 추출한 뒤 핵을 제거한 코끼리 난자에 넣어 배양해 복제 매머드를 얻는다는 것이다.
체세포핵이식법 자체만 놓고 보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얘기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과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먼저 첫 단계. 매머드 화석을 운 좋게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세포핵을 얻기는 어렵다. 강종구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수천 년 이상 얼어있던 피부조직을 녹였을 때 과연 세포핵을 채취할 정도로 세포가 건강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인제대 식의약생명공학과 교수도 "매머드 화석은 영하 20~40도 사이에서 수천 년간 있었을 텐데 이 온도에선 세포 안의 수분이 결정처럼 얼어붙어 세포기관을 파괴한다"며 "해동해도 세포가 살아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정인 코끼리의 난자 채취도 말처럼 쉽지 않다. 동물의 난자 채취는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체세포핵이식으로 복제에 성공한 소, 양 등은 몸집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코끼리는 사정이 다르다. 용환율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은 "코끼리는 워낙 몸집이 커 소, 개 등에 쓴 방법으론 난자를 채집하기가 힘들다"며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난소까지 관을 넣어 코뿔소의 난자를 얻은 사례는 있지만 코끼리 난자를 채취했단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상환 연구원장(충북대 수의학과 교수)은 이런 지적에 대해 "향후 코끼리가 많은 동남아 국가에 연구소를 세워 코끼리의 번식 생리를 단계적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설사 체세포핵이식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정상적인 배아로 성장할지, 또 나아가 복제 매머드가 탄생했더라도 지금의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을지 등에도 커다란 물음표만 찍혀있다.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는 "매머드가 살던 당시 환경을 100% 살려내는 건 불가능하며, (매머드 복제에 성공해도) 빙하시대와는 기온, 기후, 먹이 등 전혀 다른 현재 환경에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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