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계신 어머니 같아서 세상소식을 전해주는 마음으로 매일 찾아갑니다"
시골 우체국 집배원이 산골에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25년째 아들 노릇하며 돌보고 있다. 충북 옥천우체국에 근무하는 육근수(57) 집배원의 하루 일과에서 빠지지 않는 일이 있다. 우편배달업무 시작 전 옥천군 내 가장 오지인 안내면 일원으로 홀로 사는 남창순(85) 할머니의 집에 들러 안부를 살피고 할머니의 잔심부름을 도와 주는 것이 업무 외 일상이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이다. 74년부터 우체국에서 근무하고있는 육시는 슬하의 자녀를 모두 도시로 출가시킨 뒤 외딴집에서 혼자 외롭게 생활하던 남 할머니 집을 찾아 말동무가 되거나 전선, 보일러 수리 도우면서 '모자'와 같은 정을 쌓기 시작했다.
고향에 91세의 친어머니가 생존해 있기에 남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생각했다.
하루 2차례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유일한 바깥출입수단인 남 할머니를 위해 20년 넘게 공과금을 대신 내주고 생필품이나 약 심부름을 했다. 이런 정성에 마음을 활짝 열린 남 할머니도 그를 피붙이처럼 여기고 있다. 육씨의 방문이 평소 시간보다 늦으면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챙기고 농협의 통장거래까지 믿고 맡기는 사이가 됐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는 남 할머니를 위해 지난 7월엔 옥천우체국의 '집배365봉사단'을 이끌고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주고 낡은 지붕 등도 보수했다. 남 할머니는 당시 봉사팀을 향해 "내가 이 양반 덕에 산다"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육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육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대하듯이 남 할머니의 안부를 챙겼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평소 성실한 업무처리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그는 지난해 모범공무원에 뽑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옥천=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