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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대통령 암살음모'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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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대통령 암살음모' 무죄 왜

입력
2011.10.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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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암살음모는 그야말로 천지를 뒤흔들 대역죄다. 독재정권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정권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죄로 기소된 30대 남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2심 법원도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일까.

육군 장교 출신인 B(38)씨는 2003년 3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강원랜드 카지노를 드나들면서 무려 18억원을 잃었다. 이때부터 B씨는 청와대 등지에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하라'는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미투데이 등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도 카지노의 폐해를 알렸다. 특히 그는 지난해 1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둔기로 자신의 손을 내리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B씨가 검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근이었다.

그는 청와대에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제한하고 도박 중독자들에게 적절한 사과 및 보상을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이 없자, 자신의 트위터 및 미투데이 등에 '이명박 암살 원하는 분 추천요~100개 돌파하면 암살 실행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그는 경복궁과 청와대 주변을 돌아다니고, 총포구입 방법을 검색하기도 했다.

B씨를 방치할 수 없었던 검찰은 얼마 뒤 살인예비죄로 구속 기소했다. "B씨가 평소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던 가운데 공문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하자 미투데이에 살해의사를 밝히고, 현장을 탐색하는 등 살인을 예비한 증거가 있다"는 게 검찰의 기소요지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 4월 열린 1심 재판에서 "피고인이 누리꾼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지 못해 대통령 살해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계속 진술한 점, 인터넷에 '대통령 암살 계획이 무산됐다'는 글을 게재한 점 등에 비춰 살인을 예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B씨가 인터넷에 올린 협박성 글을 살인을 계획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19일 서울고법 춘천형사부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다만 B씨는 이 건과 별도로 교통사고와 강원랜드 협박편지 사건으로 병합심리를 받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징역 8월)가 인정돼 법정구속 됐다.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은근(54) 고한 남부교회 목사는 "B씨 자신이 겪었던 도박 중독 피해를 막기 위한 의지가 다소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것일 뿐, 대통령을 살해할 사전 준비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선=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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