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4대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수변구역에 골프장, 콘도, 쇼핑몰 등 대규모 위락ㆍ숙박시설 등을 짓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프장 등의 위락시설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유발원이라 당초 정부가 내건 '4대강을 생태 녹지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될 처지에 놓였다.
경북 구미시는 낙동강 27ㆍ30공구 제방 좌우 둔치에 총 36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키로 하고 20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경남 의령군 남강 둔치 골프장(9홀) 견학을 다녀왔다. 이 행사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은 "남강 골프장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는 대신 제초작업을 하므로 연인원 3,449명의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며 골프장 추진 의사를 밝혔다.
대구 달성군은 달성보 주변 논공읍 상리 일대 150만㎡의 모래사장에 골프장, 일반주택, 캠핑장 등을 건설하는 계획안을 최근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출했다. 경북 고령군도 22일 개방행사를 하는 강정고령보 인근 다산면 좌학리 일대 46만3,000㎡에 골프장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경기 여주군은 이포보 양쪽 천서리와 이포리 일대 85만5,200㎡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해 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주군은 이곳에 수변구역에는 들어설 수 없는 휴양형 빌리지, 콘도 외에 대규모 쇼핑몰, 음식점, 케이블카 등이 포함된 사실상의 택지개발 사업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경기 고양시도 장항ㆍ대화ㆍ송포동 일대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28.166㎢(약 852만평)부지에 수변 신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수자원공사에 친수구역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강에 보트와 수상비행기를 띄우고, 인근 수변지역에 오토캠핑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지자체도 있다.
4대강 수변구역의 이 같은 난개발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걸었던 '친수 생태공간 조성'이라는 대의명분을 정면 부정하는 행태다. 지자체들은 '친환경 골프장 건설', '친수 생태 위락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런 대규모 시설에서 오염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구미시가 낙동강 둔치에 만들겠다는 친환경 골프장의 경우 주변에 거름이 유입될 요인이 없어 질소, 인산, 칼륨 등 3대 비료와 무기질을 함께 뿌려야 잔디 생육이 가능하다. 따라서 하천 오염은 불가피하다.
경기도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대규모 수변 위락시설 조성사업도 사업성이 없어 지자체 예산만 낭비하는 '예산 먹는 하마'사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올해 여름 만신창이가 된 4대강 공사구간이 아직도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축포만 요란하다"며 "공사가 마무리 돼 가자 지자체들이 저마다 수익사업에만 열을 올리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여주=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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