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서울대 법인화 공청회는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도 못한 채 1시간 남짓 만에 중단됐다. "내용과 절차상 문제가 많은 공청회는 법인화를 전제로 한 요식 행위"라는 학생들의 항의성 질문이 이어지다 학생 20여 명이 단상을 점거하며 공청회를 막았기 때문이다. 17일에 이어 두 번째 공청회가 무산됐다. 단상에 올라가려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청원경찰간 몸싸움 광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탄식이 공청회장 곳곳에서 들렸다.
"공청회는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학교 측의 일방적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법인화법의 국회 날치기 통과,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는 법인설립위원회 구성 등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5, 6월 총학생회가 28일간 대학본부 점거 농성을 한 뒤 학교 측은 총학생회와 법인화 문제를 논의할 상설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4개월째 진척이 없는 상황에 학생들은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잘못 됐다. 아무리 이유 있다 해도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킨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학생 스스로 거부한 거다. 참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학생들 자신이 학교 측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지적해 온 만큼 적어도 자신들은 개방적인 태도로 소통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총장 직선제 폐지, 기초학문 육성 대책 부재 등 법인화와 관련한 근본적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대화의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는 사람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박우진 사회부 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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