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바둑계도 수확의 계절. 명인전 국수전 GS칼텍스배 올레배 등 국내 주요 기전이 막바지 단계에 돌입, 올 한 해 바둑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젊은 승부사들의 가을걷이 경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올 하반기 국내 기전 타이틀 쟁탈전에서 랭킹 1위 이세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세돌은 지난 4월 원익배 십단전과 비씨카드배 우승에 이어 6월에 춘란배를 품에 안아 상반기 중 단숨에 3관왕에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거의 모든 기전에서 줄줄이 탈락, 타이틀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 났다.
춘란배 결승전 직전에 열린 LG배 32강전서 박영훈에게 져 탈락하더니 7월 6일에 물가정보배 8강전에서 윤준상에게 밀렸고 이틀 후 농심배 예선에서는 무명 신예 이형진(2단)에게 고배를 마셨다. 또 22일에는 명인전 통합 예선에서 아마추어 황재연에게 발목을 잡혔고 27일에는 국수전 본선 8강전에서 입단 동기 조한승에게 패하는 등 7월 한 달 간 4개 기전에서 잇달아 중도 탈락했다. 계속해서 8월에는 후지쯔배 8강전에서 치우쥔에게 졌고 10월에는 삼성화배배 본선 16강전에서 콩지에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바둑리그에서도 개인 성적은 선두권이지만 소속팀 신안천일염이 7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연말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이세돌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이세돌이 유일하게 본선에 남아 있는 기전은 올레배로 5라운드(8강전)에서 김기용과의 대국을 앞두고 있다.
랭킹 1위 이세돌의 부진 때문인지 올해는 각 기전마다 각기 다른 얼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이영구가 물가정보배서 윤준상을 제치고 생애 첫 종합기전 타이틀 보유자가 됐고 19일에는 랭킹 2위 박정환이 GS칼텍스배 결승전서 박영훈에게 3대0, 완승을 거두고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다른 기전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명인전에서는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창호가 4강에 진출, 열네번 째 명인 타이틀을 노리고 있고 국수전 도전기에서는 조한승이 최철한에게 선승을 거두고 생애 첫 국수타이틀을 향해 한 발 앞서 나갔다.
이 밖에 올레배서는 박정환과 강동윤이 각각 5라운드(8강전) 경기서 허영호와 조한승을 물리치고 6라운드(4강)에 진출했고 천원전에서는 최철한과 이지현, 이태현과 윤준상이 각각 4강에 올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국내 바둑계가 갑자기 절대 강자가 없는 군웅할거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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