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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야근 없는 회사가 실적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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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야근 없는 회사가 실적도 좋다!

입력
2011.10.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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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사회공헌팀 박경미(35) 매니저는 지난해 퇴근 후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한 해 동안 한식ㆍ일식ㆍ중식 등 세 가지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한 달에 한번 복지원에 방문해 지적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요리봉사를 하는 날에는 그 동안 배운 실력으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박 매니저의 이런 생활은 2009년 3월 박성칠 사장의 취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당수 직원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상사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기 일쑤였고, 업무 외에 다른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근면함보다 창의력이 성과를 창출한다', '창의력은 충분한 휴식에서 나온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상 임직원들은 오후 5시30분이 되면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며, 업무량이 많더라도 저녁 7시 전까지는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각 업무의 양과 성격을 파악, 신규 인력을 충원했다. 업무량이 과다하면 정시퇴근을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

만약 저녁 7시 이후 PC에 접속한 사람이 있으면 다음날 전산을 통해 사장에게 보고되며 각 부서 임원들과도 공유한다. 이렇게 누적된 정시퇴근현황 자료는 '정시퇴근율'이라는 수치로 관리하여 연말 인사고과와 부서평가에 반영된다. 혹시라도 업무의 성격이나 행사 등의 이유로 야간 업무가 필요할 경우에는 사전에 '정시퇴근 미시행 신청서'를 작성해 부서장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반발도 거셌다.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에서 다른 회사들이 늦게까지 일하는데 정시 퇴근을 하면 우리 회사만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9년 이후 매출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1조원이 넘었던 매출이 2008년 9,203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정체됐던 대상㈜의 매출액은 정시퇴근제 도입 원년인 2009년 1조90억원으로 식품업계 1조클럽에 재진입했고, 2010년에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액은 1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정시퇴근으로 직원들이 주어진 업무 시간에 최대한 업무에 집중하고, 일찍 퇴근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력도 키울 수 있어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주력제품인 고추장의 주원료를 밀가루에서 우리 쌀로 바꾸고, 카레나 수프 등에도 우리쌀을 활용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된 것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것. 이 외에도 참깨로 만든 간장, 항아리발효공법, 원물형 조미료 등 창의력을 발휘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대상보다 4년 먼저 야근을 없앤 LG생활건강 역시 이후 회사의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사례. 2005년 취임한 차석용 사장은 "주어진 시간에 성과를 내는 직원이 능력 있는 직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시퇴근제를 도입했다. '8시 출근-5시 퇴근'과 '9시 출근-6시 퇴근' 중 선택하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도 실시했다.

일찍 퇴근하는 대신 업무시간엔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근무환경을 바꿨다. 외부 회의가 있을 경우 출근이나 퇴근시간과 연계되도록 해, 오고 가면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했다. 업무보고 시에도 충분한 설명이나 토론이 필요한 경우만 대면보고를 하고 가급적 전화, 이메일, 메신저, 문자 등을 통해 바로 상사에게 보고한다. 회의자료는 핵심사항만 가급적 1장에 요약하고 사전에 이메일ㆍ메신저를 통해 공유한다.

올 들어서는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연근무제를 더욱 개선했다. 출퇴근 시간대를 종전 2가지에서 5가지(오전7시→오후4시, 오전7시30분→오후4시30분, 오전8시→오후5시, 오전8시30분→오후5시30분, 9시→오후6시)로 세분화한 것. 11세, 8세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인 LG생활건강의 문선화 IR팀장은 "오전 7시반에 출근해 오후 4시반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들의 숙제를 봐 준다"면서 "남보다 일찍 출근, 일찍 퇴근하면 출퇴근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스마트워크 정착과 함께 LG생활건강의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5년 9,67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조8,265억원으로 3배, 영업이익은 704억원에서 3,468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는 15배 올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신입이나 경력 지원자들이 정시퇴근제 및 유연근무제 등 조직문화를 미리 알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며 "경쟁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와도 이 제도의 장점 때문에 이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유능한 인재가 퇴사하는 일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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