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너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말에 의사의 길을 과감히 접고 만화가가 된 일본의 데츠카 오사무(手塚治䖝). 처음 로봇 '아톰'을 그린 것이 195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딱 60년 전이다. 단역이었다. 만화 <아톰 대사> 에서 우주인과 지구인을 화해시키는 평화의 사절로 잠깐 나왔다. 이듬해 그를 주인공으로 한 본격 장편만화를 그려보자는 출판사 제의에 오사무는 망설였다. 로봇 만화를 그려본 적도 없는 데다 평화주의자인 그는 단지 전쟁에 이기기 위한 무기,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 기존 만화 속의 로봇들이 싫었다. 뭔가 다른 모습을 원했다. 아톰>
■ "사람 같은 로봇을 만들면 어떨까."편집장의 말에 오사무는 인간의 마음,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아톰을 생각했다. 무기가 아니라, 아버지가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만든 로봇. 오사무는 아톰 50개를 그려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그 중에서 미키마우스를 닮은 둥근 얼굴, 커다란 눈동자에 오사무 머리모양과 흡사한 뿔 모양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톰을 좋아했다.'철인'이 아니라 '철완(무쇠 팔)'도 아이들의 의견이었다. <철완 아톰> 은 이렇게 탄생했고, 1963년에는 일본 최초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세계적 선풍을 일으켰다. 철완>
■ 아톰은 21세기의 로봇이었다. 그러나 오사무가 상상하는 21세기는 엉뚱하지 않았다. 사람은 여전히 밥을 먹고,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닌다. 지금 우리를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그의 믿음은 맞았다. 그런 믿음 속에서 오사무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인간의 마음을 아는, 작지만 용감하고 강하면서도 끈질긴 로봇으로 자기보다 크고 힘센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치면서 사람들과 감정이입을 해나갔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상상력까지 바꾸어 마침내'바이센테니얼 맨'이나'A.I'같은 로봇을 나오게 만들었다.
■ 60년 만에 다시 영화 <리얼 스틸> 에 등장한 아톰은 스파링용 구식 로봇 복서로 모습이 전혀 다르다. 숀 베리 감독은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한다'는 원자라는 의미로 썼을 뿐, 오사무에 대한 오마쥬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햄버거를 먹는 2030년, 버려진 아이와 버려진 로봇의 만남, 그들이 이뤄내는'록키'같은 감동, 가족의 소중함을 보면 결코 <철완 아톰> 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톰의 행동이 단순히 기계적 흉내내기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느낌을 준다. 교감은 이렇게 차가운 강철에도 온기를 불어넣는다. 철완> 리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