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꿀꿀… 꿰~엑 꿰~엑….'
지난 18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전날 오전 4시(현지시간) 미국 시카고공항을 출발해 15시간을 날아온 보잉747 화물 전세기가 착륙하자, 활주로 주변은 돼지울음 소리로 쩌렁쩌렁했다.
미국산 씨돼지(종돈) 900여 마리가 각각 나눠 태워진 30여개의 운반 케이지(우리)가 지게차를 통해 대형 트럭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옮겨진 뒤 인근 영종도 동물검역계류장으로 향했다. 혹여 '귀하신' 외국 씨돼지들이 장시간 비행에다, '낯설고 물 선' 국내로 반입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운송작업 관계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나머지 씨돼지 130여 마리도 20일 오전 도착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총 1,030마리의 '씨돼지 특급 항공수송 작전'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미국산 씨돼지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된 이유는 올 초 불어 닥친 사상 최악의 구제역 때문. 국내 돼지 990만 마리 가운데 무려 3분의 1인 330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축산 농가들이 종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의 한 축산 영농조합이 국내 종합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를 통해 해외에서 들여온 것. 혈통과 체형이 우수한 씨돼지를 통해 모돈(번식용 어미돼지)과 비육돈(도축용)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살아 있는 동물을 대규모로 운송해야 하다 보니, 신경 쓸 것도 한 두 가지 아니었다. 우선 운송수단. 배로 수송할 경우 비용은 낮지만, 보름이나 걸리는 긴 수송기간 때문에 씨돼지들이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일반 여객기나 화물기 역시 돼지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전세기를 투입한 것.
가로 3m, 세로 2.3m, 높이 2.4m의 운반 케이지 30여개도 미국 현지에서 특별 제작했다. 케이지 안에는 비행하는 동안 돼지들이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물 공급 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장시간의 비행 중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섭씨 20~25도의 적정 온도를 유지했고, 공기순환이 잘 되는지도 꼼꼼히 체크했다"며 "준비기간만 3개월 걸렸다"고 말했다.
이들 씨돼지들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동물검역계류장에서 혈액검사 등 보름간의 정밀검역을 받은 뒤 강원도 횡성의 한 영농조합으로 보내져 '생산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농조합 측은 씨돼지의 가격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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