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와 이집트 독재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의 불길은 리비아를 42년 철권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목숨까지 집어삼키며 그 위세가 절정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아랍권의 어느 지도자도 이 맹렬한 불길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지만 그 중 다음 대상은 예멘이나 시리아가 될 공산이 크다. 먼저 예멘.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1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33년간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6월 반군의 테러로 부상을 입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다가 최근 귀국했는데, 나라 안팎에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예멘군이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일부 군대가 시위 대열에 합류하면서, 1990년 겨우 통일을 이룬 예멘은 또다시 대규모 내전이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약한 고리로 꼽힌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3월 시작한 반정부 시위를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 시위대가 정부군 화력에 일방적으로 눌리는 양상이라 다른 나라처럼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유혈진압의 심각성으로 보면 이집트의 무바라크나 리비아의 카다피의 만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심각하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유엔의 제재안이 무산됐지만, 그 동안 리비아를 맹폭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전열을 정비한 후 예봉을 시리아로 돌린다면 아사드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NATO가 밖에서 때리고, 반군이 안에서 지상군 역할을 한다면 제 아무리 아사드라도 이 협공을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 현재로서는 NATO가 곧바로 시리아를 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위가 지속되고 유혈진압이 이어진다면 유엔이나 NATO에 인도적 개입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
시리아 공습의 걸림돌은 미국이나 영국 내의 반전 여론과 최근의 재정난. 10년간 지속된 테러와의 전쟁에 지친 영미권 여론은 전선 확대를 원치 않고 있다. 시리아의 석유 생산량이 미미해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점도 변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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