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컴백을 전격 선언한 이승엽(35)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이승엽은 최근 수년간 야구 인생의 마무리를 고향인 대구에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고, 친정팀 삼성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표면상 삼성행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 18일 "이승엽이 돌아온다면 환영이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포스트시즌 중인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으니 한국시리즈 종료 후에 이승엽을 만나겠다"고 말을 아꼈다. 때문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관심을 끄는 구단은 LG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과 이승엽의 인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이승엽과 함께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던 절친한 선ㆍ후배 사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승엽은 요미우리 입단 후 2007년 한신에서 연수 중이던 당시 SK 코치의 요미우리 연수를 주선했다. 2006년 말 요미우리에 입단하면서 매년 한국인 코치 연수를 옵션 조항으로 내걸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의 도움으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이후엔 능력을 인정 받아 1군 코치와 2군 감독까지 역임했다.
김 감독과의 인연을 배제하더라도 LG가 전격적으로 이승엽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태균(전 지바 롯데)에 대해 공개적으로 애정을 드러낼 만큼 '거포'보강에 목말라 있다. 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팀 내 1루수 이택근의 거취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20일 "(이)승엽이가 한국에 온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것(이승엽의 영입 요청)까지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지만 LG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또 삼성이 이승엽 복귀에 무조건 '올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타 구단 이적 변수에 힘을 싣고 있다. 사실 삼성의 내부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세대 교체를 통한 리빌딩에 성공한 상황에서 이승엽의 활용도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세 명의 왼손 타자 때문이다. 채태인이 주전 1루수로 성장했고, 조영훈도 뒤를 받치고 있어 이승엽의 설 자리는 마땅치 않다. 4번 최형우도 올시즌 타격 3관왕에 오르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삼성을 제외한 다른 구단에 최대 걸림돌은 '실탄'이다. 이승엽을 영입할 경우 원 소속구단인 삼성에 일본 진출 직전의 연봉(6억3,000만원)의 300%인 28억3,500만원을 보상금으로 내 줘야 한다. 몸값을 합치면 전성기가 지난 이승엽이라 해도 4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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