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하이오주(州)의 작은 도시 제인스빌이 19일 사자 호랑이 곰 등 맹수 수십마리의 출현으로 한때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지역에서 야생동물 농장을 운영하는 테리 톰슨(62)이 자신이 키우던 맹수 56마리를 모두 풀어준 것이다. 톰슨은 평소 이웃 주민이 “동물을 방치하고 있다”며 항의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맹수들을 ‘방면’한 뒤 자살했다.
경찰은 맹수들이 집 앞을 돌아다닌다는 주민들의 잇단 신고를 받고 출동, 대대적인 추격을 펼친 끝에 맹수들 대부분을 사살했다. 사살된 동물 중에는 멸종 위기종인 벵갈 호랑이 18마리를 포함해 사자 17마리, 흑곰 6마리, 표범, 퓨마 등 총 48마리다. 표범 3마리와 회색곰 한 마리 등 생포된 6마리는 인근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늑대 한 마리는 죽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지막 남은 마카크 원숭이를 추적하고 있는데, 이 원숭이는 헤르페스 B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사살 명령이 내려져 있다. 작전이 펼쳐지는 동안 인구 2만5,000명의 제인스빌의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꼼짝없이 집안에 머물러야 했다.
보안관 매트 러츠는 “마취총을 쏴 생포하려고 했지만 몸무게가 140㎏ 넘어 마취약이 잘 듣지 않았고, 날이 어두워지면 추적이 어려워지는 만큼 사살하게 됐다”고 전했다. 잭 한나 전 콜럼버스 동물원장은 “경찰 결정은 옳았지만, 전세계에 남은 야생 벵갈 호랑이가 1,400마리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하면 18마리가 사살된 건 비극”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톰슨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AP통신은 “경찰과 이웃주민을 향한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톰슨은 2004년부터 11차례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6번 벌금형을 받았다. 이웃들이 그가 동물을 돌보지 않는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법 무기 소지죄로 체포돼 1년간 복역한 뒤 지난달 풀려났다. 그 사이 아내는 농장을 떠났다. 이웃에 사는 존 엘런버거는 “누구도 톰슨을 염려하지 않았다”며 “톰슨이 이웃과 경찰에 앙갚음 하기 위해 동물들을 풀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등 미국 내 8개 주는 맹수류를 집에서 키우는 것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미국에는 개인이 사육하는 사자가 5,000마리로 3,200마리로 추정되는 전세계 야생사자보다 많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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