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북미 2차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밤 김정일 위원장이 조건 없는 6자회담 조기 재개를 거듭 촉구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비슷한 시각 미국은 24ㆍ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 회담 일정과 북핵 협상대표 교체를 발표했다. 한국도 최근 6자회담 수석대표를 교체한 바 있다. 6자회담 의장국 중국도 19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평양과 서울을 잇따라 방문, 6자회담 재개와 지역안정 문제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의 근래 보기 드문 움직임은 본격적인 북핵 협상 재개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2008년 12월 6자회담이 중단된 이래 북핵 협상은 3년 가까이 장외에서 미약하게 전개돼 왔다. 이제 당사국들이 협상 전열 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협상의 본 궤도 재진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기본 대립구도에 획기적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 선행 조치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가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 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도 기존 입장의 재천명에 불과하다. 미국이 온건파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후임에 비확산 전문가인 글린 데이비스 IAEA 대사를 내정한 것도 좋은 조짐이 아닐 수 있다.
북한이 웬만해서는 UEP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관리에 힘쓸 뿐 적극적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중재 노력도 한계가 있고, 북핵 문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그 동안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계속 가동되고 핵 능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어떤 대비가 있는지 궁금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