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에서 도와주려고 하니 기회를 살려라."(금융위원회)
"정부의 경영권 간섭이 불가피한데 왜 받겠나."(저축은행)
자본 확충이 필요한 저축은행에 정부가 투입키로 한 금융안정기금 지원을 놓고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금융당국은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할 테니 돈을 받으라는 입장이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시어머니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라며 꺼리고 있다.
금융위는 7월 초 영업정지 조치 대상은 아니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10%인 저축은행의 안정을 위해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감일인 20일까지 기금 지원을 신청한 저축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기금을 관리하는 정책금융공사는 전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저축은행들의 요청으로 신청기한을 다음달 21일까지 1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예견됐던 일이며, 앞으로도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정부의 경영 간섭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기금 신청은 곧 경영권 포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BIS 비율이 5%대인 B저축은행 관계자는 "매칭펀드 방식이라 지원받는 액수만큼 대주주 증자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본 규모가 작아 80억원 정도만 증자하면 BIS 10%를 넘길 수 있다"며 "굳이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금융위와 정책금융공사는 설명회를 열어 "실적 및 BIS비율이 나빠질 경우에만 경영에 참여하겠다", "대주주 증자분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저축은행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넣어 놓고 간섭을 안 하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을 텐데 말이 되느냐"며 "많은 업체들이 신청을 강요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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