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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추계 서울패션위크/ 아방가르드와 우아한 여성성…런웨이 수 놓는 패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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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추계 서울패션위크/ 아방가르드와 우아한 여성성…런웨이 수 놓는 패션의 미래

입력
2011.10.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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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런웨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들의 손끝이 빚어낸 내년도 한국 패션의 춘추(春秋)가 시공의 미래를 가로질러 무대 위에 넘실댔다. 세계 3대 패션위크에서 주목 받고 있는 아시아 출신 해외 디자이너들은 참신한 패션 언어로 서울의 런웨이에 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들이 종과 횡으로 직조한 패션의 새로운 이야기가 우리가 두 계절 이후 맞닥뜨리게 될 패션의 근접미래일 것이다.

2011 추계 서울패션위크가 17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막했다. 국내 27팀, 해외 3팀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22일까지 펼지는 이번 추계 행사는 그동안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펼쳐졌던 데서 벗어나 국내 대표 브랜드까지 참가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 이에 따라 제일모직의 구호(KUHO)와 엠비오(MVIO)가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구호, 지춘희… 서울의 런웨이를 달구다

압권은 단연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를 코드로 한국 패션의 새 지표를 제시하고 있는 디자이너 정구호의 '헥사 바이 구호'와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 지 컬렉션'이었다. 서울패션위크 오프닝 무대를 맡은 구호의 뉴욕 컬렉션 라인 '헥사 바이 구호'는 지난달 열린 2012 봄여름 뉴욕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30여 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미니멀한 올 화이트 팬츠 룩으로 런웨이를 열었지만 막바지로 갈수록 러시아 왕조 의상의 영향을 받은 드레스로 화려함을 더했다. 특히 로마노프 왕조의 앤티크 훈장 프린트를 오려 붙여 생동감을 살린 드레스가 눈에 띄었다. 남성의 서류가방을 재해석한 단조로운 사각 백은 앤티크 훈장 프린트로 포인트를 줬고, 여러 가닥으로 절개한 가죽을 술처럼 얹은 구두는 의상과 조화를 이뤘다.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 등의 톱 모델을 불러들인 지춘희 컬렉션은 '바람의 실루엣'을 테마로 70여 벌의 의상을 소개했다. 우아한 여성성을 강조해온 지춘희의 패션철학은 이번 컬렉션에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시폰 소재의 롱 드레스와 볼륨감을 살린 풍성한 스커트, 허리를 강조한 벨트는 화려한 우아미를 살렸다. 런웨이에 여러 대의 작은 선풍기를 비치하고, 모델들에게 길게 늘어뜨린 두건을 씌워 쇼에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신은경, 김장훈, 손태영, 명세빈 등 여러 연예인들이 찾아온 '미스 지 컬렉션'의 쇼는 무려 40분이나 지연됐음에도, 기대를 뛰어넘는 디자인 덕에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손정완은 변함없이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살리며, 1970년대의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의상을 출품했다. 단순하면서도 여성의 보디 라인을 자연스럽게 살려주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워싱된 시폰과 실크, 저지 등의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에 린넨, 워싱 가죽, 코튼 소재 등 이질적인 소재를 배합한 것도 이색적이다. 특히 손정완 컬렉션은 앞부분은 미니멀하게 뒷부분은 맥시멀하게 강조해, 자칫 소홀할 수 있는 뒤태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이지 룩을 표방하고 있는 홍은주의 컬렉션은 바지와 치마가 절묘하게 결합된 하의로 남녀의 성별 구분을 무너뜨리며 전복적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허리에서 무릎까지는 치마, 무릎에서 발목까지는 바지의 형태로 변주된 이 이종배합의 아랫도리는 모자 달린 점퍼, 몸에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저지 티셔츠 등 편안한 캐주얼과 어울리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을 멋스럽게 변주했다.

동양적인, 그래서 더 세계적인

모델의 활기찬 캣워크로 시작된 디자이너 박윤수의 '빅 박 바이 박윤수'는 민화 속 호랑이를 원피스나 셔츠는 물론 다양한 스포츠 룩에 매치해 한국적 색채를 강렬하면서도 발랄하게 드러냈다. 조선시대 에 수록된 '채색 사수도'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호랑이 프린트는 독특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뿜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문영희의 컬렉션 역시 변함없는 동양적 색채를 드러냈지만, 표현은 박윤수와 사뭇 달랐다. 블랙, 화이트 등의 절제된 색채를 사용한 블라우스, 원피스, 팬츠 등은 목에 깃마저 없애며 최대한 단조롭게 디자인하거나 배기 팬츠처럼 과장된 주름을 더하는 식으로 극단을 추구한 디자인을 보여줬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젊은 디자이너 곽현주의 컬렉션은 대담하고 화려한 필치로 1970년대의 힘이 넘치는 복고풍 글램 룩을 재현했다. 고양이와 꽃으로 화려하게 물든 파스텔톤의 다양한 소재에 과감하게 강조된 어깨라인과 깊숙하게 파인 가슴라인이 롤리타 풍의 도발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것이 뉴욕, 런던, 파리의 패션

이번 패션위크에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팀의 해외 초청 디자이너 컬렉션도 진행됐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유나이티드 뱀부(United Bamboo)는 일본계 미호 아오키와 베트남계 투이 팜이 결성한 듀오 디자이너로 뉴욕식 컨템포러리를 대변하는 팀. 이번 쇼에서는 1980년대 일본의 영향을 받은 매니시한 여성복을 재현한 오피스룩을 테마로 '뉴욕 시크'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린넨, 실크 등 편안한 소재에 아이보리와 샌드 베이지, 화이트, 블랙 등 뉴욕적이라 할 만한 색상들을 선택해 심플한 선의 재킷과 바지 등 착용하기 편한 일상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오피스 룩이지만 대담한 와이드 팬츠와 원피스를 매치, 진부함을 탈피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출신 패셔니스타인 시에나 밀러를 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최유돈은 영국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꼽히며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번 쇼에는 신선한 색상 조합과 현대적 표현으로 스포츠웨어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내놨다. 권투 선수의 바지를 연상시키는 중간 길이의 반바지와 옆이 트인 H라인 원피스, 원색의 야구점퍼 등이 복고풍의 경쾌한 느낌을 살렸으며, 여기에 장난스러운 선글래스와 커다란 숄더 백으로 펑키하면서도 스포티한 감성을 부각시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라드 후라니는 고전적 턱시도 재킷을 재해석한 의상들에 다양한 블루 컬러를 사용해 색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보여줬다. 유니섹스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 디자이너는 낮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블루의 변화를 메인 테마로 잡아 블랙, 화이트와 접합시켰다. 다크 블루와 블랙, 라이트 블루와 화이트를 매치한 직선적 실루엣의 의상들은 색상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고 무의미하게 만들며 경계를 해체했고, 블루의 다채로운 명도와 채도는 모든 색이 수렴하고 발산하는 빛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산란했다. 옷의 조형성을 강조한 그의 컬렉션은 가방처럼 어깨에 끈으로 둘러맨 재킷 등 대부분의 의상이 한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형태를 바꿔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어 흥미로웠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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