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기무사령부 요원들의 조선대 기광서(48) 교수 사찰은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범행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구속된 7급 군무원 김모(35)씨와 장모(35) 중사의 선임이 사찰을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군무원은 기무사의 사이버 전문요원까지 동원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기 교수의 이메일과 웹하드에 대한 해킹을 교사(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한 혐의로 18일 한모(47) 원사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한 원사는 구속된 김씨, 장 중사와 마찬가지로 광주 기무부대의 방첩분야 소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속된 세 명은 모두 활동요원으로 편제상 대등한 관계지만 김씨와 장 중사가 부대로 전입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 원사가 사실상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와 장 중사가 혐의를 부인했던 1,2차 해킹은 사이버 보안과 통신분야 전문가인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소속 군무원 한모(35)씨가 군무원 동기인 김씨의 요청을 받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는 8월 29일 부대 사무실에서 기 교수 이메일 계정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9월 1일에는 경기 분당지역에서 기 교수의 웹하드에 있던 인명자료를 빼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9월 2일에는 한씨가 일러준 방법대로 군무원 김씨와 장 중사가 광주 시내의 PC방에서 기 교수의 논문자료를 해킹했다.
국방부는 한씨가 18일 자수해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그의 신분은 조만간 피의자로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관심은 계장(준위), 과장(중령) 등 한 원사 상관들의 관여와 지시 여부다. 기무사의 첩보수집은 보통 활동요원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윗선의 지시나 양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 교수에 대한 해킹이 닷새 동안 세 차례나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중간 간부급에서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당초 광주에 있는 육군 31사단 헌병대의 수사를 지원하다가 추가 가담자가 드러나자 19일부터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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