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첨단 소재인 아라미드(Aramid) 섬유를 둘러싼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 코오롱그룹 사이의 기술유출 공방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미국 법원에서 듀폰에 패소해 충격에 빠졌던 코오롱은 검찰 수사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종)는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최근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코오롱도 듀폰의 주장을 반박하며 듀폰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줄 것을 진정, 사실상 맞고소를 한 상태이다.
두 회사간 법적 공방이 주목 받는 이유는 지난달 미국 법원이 듀폰의 손을 들어주면서 거액의 보상금 지불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 배심원들은 지난달 14일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9억1,990만달러(1조원)의 손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코오롱이 듀폰의 '케블라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과 기밀정보를 도용했다는 듀폰 측 주장을 미국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국방분야 핵심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높고 고열에도 잘 견뎌 방탄조끼와 방탄복 제조에 사용되는 고급 섬유소재다.
코오롱이 한국군에 사용하는 방탄복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어 검찰 수사와 소송 결과에 따라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코오롱이 즉각 항소의사를 밝혀 아직 미국에서 법정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 법원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에서의 판단은 또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듀폰은 현재 코오롱이 듀폰 출신 직원을 컨설턴트로 고용하면서 영업비밀을 빼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코오롱은 독자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듀폰의 영업비밀을 요구할 필요가 없으며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도 범용정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 법정에서 코오롱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는 안팎의 평가도 있어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원ㆍ피고간 법적 공방이 이뤄질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한국 검찰 수사의 향방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미국 법원 자료를 검토하겠지만 이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미국 소송결과가 국내 형사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형사사건이 민사소송보다 더 엄격하게 증명을 요구한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영업비밀침해 수사의 경우 검찰이 매우 정교하게 사실관계를 살펴보기 때문에 양측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법적 공방은 '다윗(중견 토종 대기업) 대 골리앗(초대형 다국적 기업)'의 싸움이란 측면도 있어 어느 때보다 여론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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