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후 인공위성이 또 지구로 떨어진다.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번에 추락하는 위성은 1999년 임무를 마친 독일의 뢴트겐위성(ROSAT). 18일 현재 이 위성은 210km 상공에 있으며, 지구 중력 때문에 매일 약 4~5km씩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일 "뢴트겐위성이 21일에서 24일 사이 총 무게 1.7톤에 달하는 30여개의 파편으로 부서진 채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대기권에 들어온 뢴트겐위성의 예상 추락 속도는 시속 27만5,000km 이상이다. 이 정도면 보통은 대기와의 마찰열 때문에 대부분 타버린다. 그러나 뢴트겐위성은 잔해가 꽤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천체관측용 우주망원경 때문이다. 망원경의 핵심부품인 특수거울은 고온에 강한 탄소섬유로 싸여 있어 마찰열에도 잘 버틸 수 있다. 거울 주변 일부가 타지 않고 최대 수백kg 정도의 파편들로 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런 파편이 지표에 도달하면 충돌속도는 시속 450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뢴트겐위성은 북위 53도와 남위 53도 사이에서 돌고 있다. 이 사이는 모두 잠정적인 피해 지역이다. 그러나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뢴트겐위성 파편으로 인명피해가 생길 확률은 약 2,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인명피해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이하다. 지구로 떨어진 우주 파편에 사람이 맞았다는 공식 보고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 있었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여성이 길을 가다 손바닥만한 파편에 맞았는데,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그 파편은 실제로 인공위성 조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엔 미국의 초고층대기관측위성(UARS)이 태평양에 떨어졌다. 그런데 이 위성은 수명이 다해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임무가 끝난 지 얼마 안돼 연료가 남아 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위성은 지상에서 위치를 컨트롤하면서 떨어뜨릴 수 있다. 추락 시간과 장소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문제는 뢴트겐위성처럼 인위적 조작 없이 스스로 떨어지는 위성이다.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를 컴퓨터로 예측해도 워낙 오차가 크다. 위성 낙하 속도는 대기와의 마찰력에 좌우된다. 그런데 마찰력은 대기의 움직임이나 밀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태양 상태에 따라 자외선 같은 우주선(線)의 분포나 세기 등이 달라지면 상층 대기가 자극을 받아 오르락내리락한다. 마찰력도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
추락 장소는 추락 시점보다 예측이 더 어렵다.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 파편의 낙하 속도는 초속 7km 이상이다. 게다가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이다. 이들 파편이 지표에 이르면 폭 80km에 걸쳐 떨어지게 된다. 과거 델타로켓이 추락했을 때 한 파편은 미국 텍사스에, 또 다른 파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발견됐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장은 "추락하는 위성의 고도가 180km에 이르면 하루 안에, 110~120km로 낮아지면 약 90분 안에 떨어진다고 본다"며 "최소한 어떤 지역이 안전할지는 위성이 110~120km까지 내려와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이 추락하는 이유는 오래돼서다. 원심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고도에서 공전하는 동안 위성은 미량의 대기와 닿아 생기는 마찰력 때문에 조금씩 내려온다. 내려올수록 대기 밀도는 높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져 결국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절로 떨어지는 위성은 대기권과 가까운 저궤도위성이 대부분이다.
정대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저궤도위성관제팀장은 "위성이 우주로 올라간 뒤 30~40년 지나면 자연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1950년대 후반부터 위성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초기에 쏘아 올린 위성들이) 추락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락 위성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7만~8만개의 우주 파편이 대기가 존재하는 1,000km 근처에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임무를 다한 위성 중 저궤도위성은 발사 후 25년 안에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이보다 높은 정지궤도위성은 아예 더 먼 우주로 날려보내고 있다.
천문연과 항우연은 뢴트겐위성의 추락이 임박한 20일부터 인터넷(event.kasi.re.kr, www.kari.re.kr)과 트위터(@kasi_news)에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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