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19일 합의한 700억달러의 양국 간 통화스와프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규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맺었던 전체 통화스와프 규모(각 300억달러씩 총 900억달러)에 근접한데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합의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재개분까지 감안하면 우리의 '외환 안전판'은 3년 전보다 크게 높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의 환율 불안은 우리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에 따른 불안심리 때문이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예약에 이어 일본과 상당한 규모의 추가 안전판을 구축한 만큼, 앞으로 설령 유럽에서 큰 악재가 터진다 해도 3년 전 위기 때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도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소식이 전해지자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급락하는 등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스와프가 실제 이뤄지지 않더라도 안전판에 대한 기대로 원ㆍ달러 환율은 장기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스와프 확대를 우리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환율 급등 때 시장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오히려 한국이 위험하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던 것과는 반대의 자세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온 2008년과 달리 지금은 누적된 상태여서 지역 차원의 안전망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일본도 동북아시장 안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엔화라는 국제통화를 가진 일본이 왜 한국과 대규모 통화스와프에 합의했냐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엔화는 갈수록 강세, 원화는 약세를 띠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주력 수출품이 상당부분 겹치는 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한국 제품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데다 외환시장 개입 등의 엔고 저지 노력마저 효과가 없자, 일본이 차선책으로 '원화 약세 저지' 차원에서 우리에게 외환 안전판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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