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보다는 돈으로 주시오.'
선진국이나 구호단체로부터 구호물품을 받던 빈국들이 현금 기부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8일 보도했다. 헌 옷과 식량 등 물품을 실어나르는 비용이 현지의 구매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지면서 나온 신풍속도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기부한 중고 티셔츠 한 벌을 운송하는데 58센트가 드는데 현지에서는 이 돈이면 직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기부 단골 품목인 털실로 짠 곰인형, 헝겊조각으로 만든 인형, 베갯잇으로 만든 아동용 드레스 등은 현지 가격이 운송비용 보다 더 싸다.
돈 기부를 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더 도움이 되기 때문. 토론토 대학에 따르면 선진국이 중고의류를 기부하면서 1981~2000년 아프리카 의류산업은 고용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현지 제품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아이티에 지원하는 쌀 원조로 아이티 내 자국의 쌀 소비량은 1980년대 47%에서 최근 15%로 급감했다.
FP는 "현지에서 직접 식품을 구매하면 선진국이 식품을 사서 배송하는 것에 비해 25%나 저렴하고, 배송기간도 훨씬 줄어든다"고 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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