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라.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을 전복시킬 기회는 지금이다."
그리스 양대 노조인 공공노조연맹(ADEEY)과 노동자총연맹(GSEE)이 이틀 일정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19일 오전 수도 아테네의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의 추가 긴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추가 긴축안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의회의 추가 긴축안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파업에는 경찰 추산 12만5,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진 최근 2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이날 아테네 거리에는 버스와 택시가 다니지 않았고 공항 관제사들도 12시간 시한부 파업에 들어가 항공 운항이 일부 차질을 빚었다. 관공서와 은행, 상점뿐 아니라 학교, 병원도 문을 닫아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 기능 전체가 마비되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리스 정부는 3,0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의회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근 2개 지하철 정거장을 폐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아테네 경찰 관계자는 "신타그마 광장에만 7만명이 모였고 북부 테살로니키, 서부 파트라스, 남부 이라클리온 등 전역에서 파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경찰차를 부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병을 던지는 등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 맞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화염병을 소지하고 있던 4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스가 총파업에 들어간 것은 최근 재정개혁 실사를 마친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가 8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추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그리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달았기 때문이다. 20일 표결하는 추가 긴축안은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공무원 3만명 감축, 연금제도 개혁, 세금 인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스가 처한 위기를 전쟁에 비유하며 추가 긴축안 통과를 호소했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정부를 협박하고 마비시킨 이들은 파업이 진정 그리스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파업이 무척 곤혹스럽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23일)에 앞서 긴축 재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지만 총파업에서 알 수 있듯 국민 저항이 매우 거세다.
의회 사정도 긴축 재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집권 여당인 사회당(PASOK)이 절반보다 4석 많은 154석을 차지하고 있어 군소 야당의 도움을 받아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당 의원 한 명이 17일 반대의사를 밝히며 사퇴한 데 이어 최소 2명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히는 등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총파업으로 인한 국가 기능 마비가 장기화하거나 긴축 재정안이 부결될 경우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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