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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터뷰]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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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터뷰]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입력
2011.10.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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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장날'이었다. 6개월간 진행하던 MBC 라디오 '색다른 상담소'에서 잘린데다, 전날 녹음한 '나는 꼼수다'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에게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부친의 사학재단 관련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이 알려져 그의 전화는 쉴새 없이 울어댔다.

인터넷 방송 '나꼼수'를 통해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에 말(言) 총을 난사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딴지일보 자칭 총수 김어준(43)씨를 14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냥…" "이렇게 생겨먹어서…"라는 말을 즐겨 쓰는 그답게 인터뷰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정성스레 세팅해 놓은 인터뷰 장소가 답답하다며 더 답답하게 다닥다닥 붙어앉아야 하는 비좁은 테라스를 고집하더니, 동영상 촬영도 "그건 댁들 사정이고, 난 찍을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세례에 그는 대부분 성의껏 답했으나, "으하핫하하하하하~" 하는 예의 호탕한 웃음으로 때우거나, "질문이 후지다"며 뭉개는 꼼수를 보이기도 했다.

# '나꼼수'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메시지다

-MBC 라디오 하차는 언제 결정됐나.

"오늘 통보 받았다. 방송 첫 날, '6개월 후에 이 방송은 없어질 거다' 예견했다. 김미화씨 퇴출 물타기용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에. 김미화씨 자르면서 '야, 김어준이 여기 있잖아' 하려는 목적이었으니까."

-알면서 왜 마다하지 않았나.

"왜 마다하나. 6개월 동안 잘 놀면 되지."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하겠다.

"스트레스를 잘 안받는 성격이라 그렇진 않은데,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홍준표 대표하고 어제 '나꼼수'를 했는데 거기서 나왔던 내용 가지고 말들이 많아서. 뭐, 생난리가 났다.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된다, 안 된다. 법적인 문제가 있네, 없네."

-(문제될 말은)정봉주 의원이 하지 않았나.

"그렇다. 정봉주 '전'의원이지.(웃음) 그 발언으로 인해서 선거 국면에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뭐 법정공방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현장에서는 홍 대표가 그 심각성을, 파장을 정확하게 예측을 못했는데, 나중에 아마 내부적으로 그게 큰 문제일 수 있겠다 싶었던 거겠지. 그러면서 수많은 전화가 오가고 있다. 근데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다. 그거 처리하고 있어야 되는데. 으하하하."

이날 인터뷰는 그가 "미안해 질만큼" 한달 간 열댓 번은 전화한 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그는 "이렇게까지 인터뷰 하려 하는데 싫다고 하는 건 지나치게 과민하거나 아니면 너무 염치가 없다 싶었다"며 "한국일보가 최근 달라졌다는 것도 대단히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나꼼수'를 시작할 때 출연진 4명이 같이 언론에 나서지는 말자고 다짐했단다.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이 굉장히 위대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점점 많은 사람들이 들을수록 오버"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나꼼수'의 위기일 수도 있겠다.

"아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위기다.(웃음) '나꼼수' 시작할 때 정치적 발언이 많을 테니까 그로 인한 파장이 있을 거라는 건 당연히 생각했다. 다들 그런 게 무서워서 얘기 안 하는 거 아닌가. 처음부터 각자 알아서 감당하기로 했다."

-'나꼼수'의 논리적 비약과 편파성을 둘러싼 비판도 있는데.

"매체에 맞춘 형식이다. BBK 문제처럼 사실관계가 분명해야 하는 것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하지만 미디어의 속성상 일일이 다 설명하는 것이 메시지 전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라디오에서 논문을 읽으면 누가 듣겠냐."

-사람들이 이게 예능이냐, 시사냐 그런 얘기도 한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메시지가 중요하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면 예능을 하든, 심각해지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가카(각하) 헌정방송이라는 반어법은 어떻게 나왔나.

"뭔가 나쁘고 불합리한 걸 보면 화가 나기보다 웃긴다, 일단. 촌스럽고 시시하고 웃기다. 저렇게밖에 안 되나, 사람들이. 생겨먹기를 진지하지 못한 것도 있고. 뭐 별거 있나, 씨바. 그 외에 이건 대단히 민감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거니까 화법을 선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풍자가 원래 약자의 언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건 전달력이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이런 화법을 선택한 거다."

-'나꼼수'에서 나온 얘기를 사람들이 그대로 믿는데 책임져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斂憫?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는 거다. 그 이상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없잖아. 나보고 신이 되라고? 누가 보호해 줄 사람도 없다.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다. 직접 확인했거나 당사자한테 들었거나 그 당사자로부터 건네 들은 것을 잡았거나. 막 꺼내놨다가 X되라고.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처럼 이야기하고 아니면 소설이라고 얘기한다. 정황들이 있는데 뭉쳐서 그림을 그리면 여기서부터 이런 소설이지 않을까요, 추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지."

-소설이라고 말한 부분까지 믿어버리는 단계에 왔는데.

"그 소설은 추론의 영역이다. 사실 모든 언론이 추론을 한다. 입장도 내고 결론도 내고 사설도 쓴다. 특별히 다르지 않다. 데이터만 죽 늘어놓으면 그게 무슨 미디어인가."

-시사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나.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그냥 이것저것 본다. 책을 잘 보지는 않는다. 게을러서이기도 하고. 책을 읽어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경우도 없었다."

-보수신문을 패러디한 딴지일보 창간부터 '나꼼수'까지 딴지걸기의 일인자다.

"사실 모두가 다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근데 그 말로 인해서 입게 될 지도 모르는 피해나 불이익이 싫거나 혹은 얻게 되는 이득보다는 잃게 되는 게 크니까 안 하는 거지. 생겨먹기를, 어릴 때부터 누군가한테 이득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냥 타고나기를, 필요하면 내가 직접 뭘 한다는 거고. 딴지일보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나는 기자도 아니고, 언론사를 만들 수 있는 힘도 없고, 마침 인터넷이 있길래 '그냥 하나 만들지, 뭐' 그렇게 된 거다. '나꼼수'도 답답하고 할 얘기도 많고, 씨바. 뭐 상처도 되는데 여러가지로."

-상처라니.

"우리 가카 덕분에 입게 되는 정서적 상처가 굉장히 크지 않나."

# 보수적 아버지 통 큰 어머니…"바꿔 닮았으면 X될 뻔했어"

-사실 경제적으로 불편함이 있다면 나서기 힘든데, 어떻게 자랐나. 미국 생활도 했다던데.

"부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한 정도. 가난은 별로 안 겁난다. 어떤 철학적 성찰과 도를 닦아서 그렇게 된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떻게 하나. 미국은 아버지가 공무원이었는데 일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갔다가 중학교 2학년 때쯤 돌아왔다. 뭐, 그게 중요한가.(웃음)"

-아버지가 공무원이셨으면 성향이 조금 보수적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아들이 나왔나.

"굉장히 보수적이다. 으하하하핫.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우연한 조합에 의해서 이렇게 된 거지. 아버지는 굉장히 보수적이신데 음악도 좋아하시고, 시도 쓰시고, 그림도 좋아하시고. 그런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 어머니는 그런 쪽 성향은 전혀 없었는데 대단히 활달하고, 통 크고. 그래서 성격은 어머니를 닮고 머리는 아버지를 닮았는데, 거꾸로 닮았으면 X될 뻔했다.(웃음)"

-부모님은 딴지일보나 '나꼼수'에 대해 뭐라고 하시나.

"전혀 얘기해본 적 없다. 어차피 아주 어릴 때부터 뭘 해라, 하지 말아라 이런 이야기를 양친 모두 하지 않았다. 공부를 해야 한다, 인생은 이래야 한다, 그런 말씀 자체를.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모친의 첫마디가 '누구냐?'가 아니고 '언제?'였다(지금은 '돌싱'이다). 부모님께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나는 뭘 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나 제한 같은 게 아예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아버지가 별로 보수적이실 것 같지 않은데.

"정치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이다. 내가 그렇다는데 왜 아니래, 자꾸. 아하하하하."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나.

"졸업(홍익대 전기공학과)하고 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친으로부터 딜이 들어왔다. '어쨌든 아버지가 널 이만큼 키웠으니 아들이 졸업하고 번듯한 회사 들어갔다 말하고 싶지 않겠냐고. 딱 3년만 회사를 다니라'고. 아버지가 대단한 자원을 투입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웃음) 정당한 요구, 마땅한 요구라고 생각해서 합의하고 회사(포스코)에 들어갔다. 6개월 만에 나왔지만."

-약속을 왜 못 지켰나.

"회식이 있었는데 새벽 서너시까지 달렸다. 근데 이사님이 내일 아침 7시까지 와라. 자면 못 일어날까 봐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고 바로 여섯 시 반쯤에 출근했더니 이사님 혼자 있더라. 부르더니 교훈을 주는데, '내가 왜 일찍 오라고 했는지 아냐. 힘들고 피곤할 때일수록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새벽에 이렇게 와서 일하는 자세 때문에 내가 이사까지 왔다'더라. 그 얘기 듣고 그 양반이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불쌍했다. 그래서 관뒀다, 그날. 그게 자부심이 되어버린 그 사람이 너무 작아보였다."

-그래도 규격화된 사회에 맞춰서 살아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어릴 때고, 신입사원이었고. 어떤 조직에 들어가든 막 반항하고 그러지 않는다. 조직에 들어갔으면 그 조직의 논리가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부당하지 않으면 맞추려고 한다, 당연히. 세상의 룰 모두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학창시절은 어땠나.

"뭐 특별하진 않았다. 다른 게 있다면 공부 잘하는 애들하고 잘 안 놀았다는 거. 난 공부를 잘했는데. 그걸 계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끼리 놀아야 해, 그런 의식이 전혀 없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다닌 적이 많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난 이상하지 않았는데 애들이 항상 이상하다고 그랬다. '양말이 꼭 색깔이 같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없었던 거지. 양말은 색깔이 같으라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 "나는 근엄한 게 웃기다, 씨바"

-딴지일보 운영이 어렵다던데 요즘 생활은 어떤가.

"이 정부 들어서고 나서 한참 고생했다. 하던 방송들도 잘리고 딴지일보 광고도 안 들어오고 모든 수입이 갑자기 끊기니까(현 정부 출범 전까지 25명이던 딴지일보 직원은 현재 5명으로 줄었다). 근데 이건 부모님이 물려주신 여러 가지 조합의 행운인데,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는다. 없으면 안 쓰지, 뭐. 아니, 지금은 책도 좀 팔릴 거 같다. 아직 인세는 안 들어왔고. 배 아파? 배 아프면 혼자 간직해!(웃음)"

-늘 직설화법을 쓴다. 근엄함을 못 참는 것 같다.

"근엄한 게 웃기다, 나는. 뭐 대단한 걸 한다고, 씨바. 태도로 먹고 들어가려는 수작이라고 본다.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성 혹은 중요성 이런 걸 강조하기 위해서 근엄함밖에 생각을 못해내는 거다. 발랄해도 진실할 수 있다. 안 그런가. 근엄한 게 촌스러워 보인다. 사생활이나 어떤 자리에서나 이 말투와 이 태도로 항상 살아왔다. 거꾸로 어떤 매체는 요구하는 태도가 있다. 거기에 나간다고 합의가 됐으면 포맷에 맞춰서 뭐 좀 점잖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약속이 없거나 내가 의무를 못 느끼면 그 모습이다, 항상."

#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그는 정치인 유시민에게 일주일에 섹스는 몇번 하느냐, 한화갑에게 첫경험은 몇살 때냐를 묻거나,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인간이 작두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같은 엉뚱한 질문들을 던진 황당한 인터뷰어로 유명했다.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맨얼굴을 보겠다는 목적. 통쾌했냐 묻자 "왜 이런 걸 안 물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랬단다. 같은 질문을 던져 봤다. "첫 경험은 언제?" 면박이 돌아왔다. "질문이 후지다. 고2때. 별로 큰 뉴스도 아니잖아."

-이번 서울시장 보선 결과를 예상한다면.

"(반 한라당 진영에) 아주 어려운 싸움이 될 거다. 일단 한나라당은 선거의 프로다. 오랜 기간 성공과 실패를 통해 기른 조직의 힘, 감각의 힘이 무서운 거다. 뭘 어떻게 판을 짤 것인가부터 승부가 결정되는데, 박원순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전으로 가기로 판을 깐 순간부터 주도권을 잡은 거다. 생활인들이 뉴스를 자세히 읽고 전후관계를 따지고 사실관계를 따지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쉽지 않다. 그럼 '어쨌든 다 나쁜 놈인가, 역시?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은가?'하고 마음이 주저앉는 게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대선까지 연결되는 굉장히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프레임을 잘 짰다.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 가카가 이룩하신 업적 때문에 결국에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전망은. 하지만 변수는 있다, 쉽지 않다, 훅 갈수도 있다.(웃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랑 친한 거 같던데.

"인간적으로는. 안지 한 10여년 됐다. 그냥 인터뷰하다가 처음 만나서. 그 양반의 정치적 스탠스는 한 번도 지지해 본 적이 없지만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나면. 사실 한나라당 하고 잘 안 어울리는 분이다. 소탈한 면도 있고 솔직한 편이고 대단히, 사석에서는."

-가카도 사석에선 솔직하실 수 있을 텐데.

"가카가 서울시장일 때 인터뷰하면서 '여긴 이미 대선 팀으로 타이트하게 돌아가는구나' 느껴다. 보좌하거나 배석하는 사람 수를 보면 그 사람이 가진 권위의식이나 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드러난다. 사고가 리버럴하고 소탈한 사람일수록 다 물리치고 혼자 한다. 보좌관이 옆에서 메모를 할 수도 있지만, (배석자가) 한 사람을 넘어가는 경우는 잘 못 봤다. 그런데 그때 한 열 명쯤 둘러서서 뭔가 몰아가려고 하면 중간에 튀어나와서 대놓고 뭐라고 하더라. 그 때 생각한 게 '이 XX가 대통령 되면 X되겠는데'였다."

-그때부터 싫어했나.

"처음 보자마자 싫어했다. 치고 나오는 보좌관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얘기를 들으면서 받은 인상이 말이 붕 떠있었다. 답변을 잘 못한다기보다는, '아, 이 질문에는 이 답변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구나' 그런 느낌. 그리고 이 사람은 말, 진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말을 하는구나. 말로 설명할 순 없는데 하여튼 느낌."

-그럼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누군가.

"문재인(노무현재단 이사장). 만나기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노제 때 TV 화면에서 보고 '아, 저 사람이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영결식 때 왜 백원우 의원이 튀어나오고 난리 났을 때 문 이사장이 상황 수습 하느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걸어와서 인사를 했다. 그때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 (TV 보며)'사과하지 마라. 그냥 지나가자. 나이스' 속으로 그러다가 '저 사람이 하니까 경우가 바른 거 같네' 싶었다. 표정, 걸어오는 자세, 고개 숙이는 각도, 말을 건네는 태도, 종합적인 아우라. 이미 박근혜가 한나라당 다음 대선 대표주자이고 아무도 그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였는데, 저 사람이면 박근혜하고 싸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됐다."

-인품이 훌륭하다고 정치를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 인물론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한 사람이 시스템을 다 바꿔 놓을 수도 없고. 품성으로만 정치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품성도 중요하다. 왜냐면 결국은 여러 가지 우선순위가 부딪칠 때 발휘되는 균형 감각이라고 하는 게, 다른 말로 하면 그 사람의 품성이다. 대통령은 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매우 합리적이고 균형 감각이 있는, 정상적인 품성을 가진 사람이 가야 한다. 조직도 갖춰야 하고 구조도 이해해야 하고 프레임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나름의 비전도 있어야 하고 다 있어야 하는데 품성도 X나게 중요하다. 왜냐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 최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품성이므로."

-젊은 층 지지가 높은데, 본인이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나.

"없다. 전혀. 왜 정치를 해야 돼? 내가 충분히 말하고 있는데, 그건 나하고 안 맞는데. 이걸로 충분히 재미있고 잘 놀고 있는데 왜 정치를 해야 돼."

-앞으로 뭘 하고 싶다는 계획 같은 건 있나.

"하고 싶은 것 중에 에베레스트 올라가야지 이런 것 있다. 그건 직업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강기정 인턴기자(경희대 국문4)

안정욱 인턴기자(고려대 통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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