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점심 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7만여 명의 음식점 주인들은 18일 잠실에 모여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외쳤다.
이날 한국음식업중앙회의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주경기장에는 '음식점이 봉이냐', '영세자영업자 눈물 빼는 신용카드 수수료 즉각 인하하라' 등의 주장이 적힌 현수막이 가득 걸려 있었다. 평소 점심 장사 준비로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음식점 주인들은 냄비와 행주 대신 빨간 응원용 막대봉을 들고 경기장 잔디밭과 객석에서 수수료 인하를 외쳤다. 주최 측은 "42만명의 회원 중 7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5만명으로 집계했다.
오후 1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현재 2.65% 수준인 카드 수수료를 1.5% 이하로 낮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모(34)씨는 "고기 값은 구제역 이후 30% 올랐고, 최근 양념 값도 전체적으로 40~50% 올랐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 힘든데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남상만 한국음식업중앙회 회장은 "일반음식점 업종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기업처럼 1.5%로 인하하지 않으면 차라리 우리가 신용카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음식점중앙회는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독소 조항 개정 ▦부가가치세 감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 개선 등도 요구했다.
하지만 결의 대회장의 뜨거운 분위기와 달리 서울시내에서 점심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업중앙회 측은 결의대회 참가자 수를 근거로 "전국적으로 회원 업소의 약 10%인 4만개 업소가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강남 명동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문을 닫은 음식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는 상당수 음식점 주인들이 "점심 장사를 포기할 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의도의 한 오징어요리집 주인 박모(45)씨는 "개업한 지 얼마 안돼 결의대회에 나갈 형편이 안됐다. 아침에 주변 음식점을 돌아봤더니 다 문을 열었기에 우리도 열었다"고 말했다. 명동의 돈까스집 주인 지모(49ㆍ여)씨는 "행사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이 점심 장사에서 나오는데 점심 때 쉬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털어놨다.
"음식점 문을 닫고 상경했다"고 밝힌 지방 참가자들과 달리 서울 참가자들은 종업원 등 지인에게 음식점을 맡기고 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의도의 한 감자탕집 종업원 김모(50)씨는 "사장은 결의대회에 갔지만 가게 문을 닫으란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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