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지방의 소도시에서 승합차 운전을 하는 예레미야 에케노바예는 최근 스페인을 떠나기로 했다. 대출 받아 아파트까지 샀지만 얼마 전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더 이상 생활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나 영국으로 옮길 생각을 해보지만 거기도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 앞날이 막막하다.
유럽 재정위기로 스페인의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10년간 늘어 나던 스페인 인구는 상반기에 2만8,000여명이 줄어 총 4,600만명을 간신히 넘었다. 2002~2008년 매해 7만명씩 늘어나던 것과는 정반대다. 통계청은 보고서에서 “현재 추세라면 인구는 향후 10년간 50만명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출생을 통해 10만명이 늘었지만 해외로 나간 이민자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스페인 정부는 비숙련 이주 노동자들의 출국을 반기는 분위기다. 21%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터질 듯한 고용시장의 불만이 진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페인 싱크탱크 엘카노 왕립연구원의 카르멘 엔리케는 “직업을 잃은 이주 노동자는 대부분이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의 출국은) 스페인에 나쁠 것이 없다” 고 말했다.
문제는 직업을 구하지 못한 고학력의 스페인 젊은이들과 이민 2세대들까지 이주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 코루냐 대학의 안토니오 이스키에르도 교수는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빠져나간다”며 “심각한 인력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