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선동열(48) 전 삼성 감독이 고향 광주로 금의환향했다.
KIA는 18일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조범현 전 감독을 전격경질하고 선동열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했다. 선 감독이 '친정' KIA로 복귀한 것은 전신 해태 시절인 지난 1995시즌 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이적한 후 16년 만이다. 또 지난 해 12월 30일 갑작스레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후 9개월여 간의 야인생활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고향팀 사령탑으로 컴백했다. 선 감독은 21일 오후 2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KIA의 새 사령탑으로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KIA가 선동열을 선택한 이유는
조범현 전 감독이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 KIA는 전반기를 1위로 마쳤지만 이후 부상자가 속출하며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순위는 SK에 밀렸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준플레이오프에서 KIA의 우세를 점쳤다.
KIA는 예상대로 에이스 윤석민의 완투승을 앞세워 1차전을 잡고도 이후 3연패에 빠지며 무릎을 꿇었다. 특히 24이닝 연속 무득점의 수모를 당하는 빈공에 시달렸다. 타격도 심각한 부진을 겪었지만 전문가들은 조 감독의 투수 운용에 의문을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후 KIA 팬들은 조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며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김조호 KIA 단장은 "조 감독의 경질 배경은 좋은 선수를 갖고도 너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것이 결정적이다"며 "준플레이오프 패배 직후 구단 고위층에서 선동열 감독의 접촉을 지시했다. 지난 일요일(16일) 서울 모처에서 선동열 감독을 만나 간곡히 부탁했고, 그날 구단주의 최종 재가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KIA가 마운드 운용에 일가견을 가진 '국보 투수' 선동열을 선택한 이유다.
어떤 색깔의 야구를 보여줄까
선 감독은 이날 구단을 통해 "고향팀 감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부담감도 크게 느낀다"면서 "타이거즈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KIA 팀 컬러를 살려 한국 최강의 팀을 만들겠다.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강화해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선 감독도 사실 삼성 사령탑 시절 대구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2005년 데뷔 후 초보사령탑으로는 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지키는 야구'를 추구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통적으로 호쾌한 홈런 등을 앞세워 '공격 야구'를 지향해온 삼성의 팀 컬러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선 감독이 지난해 계약기간을 4년이나 남겨놓고 지휘봉을 놓은 이유 중의 하나다.
선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KIA는 고유의 팀 컬러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며 "삼성에서는 지키는 야구를 했는데 당시 팀 사정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IA는 좋은 선발 자원이 많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 감독이 현역 시절 함께 뛰었던 '절친' 이순철 전 LG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한 것도 승부 근성이 강했던 과거 해태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다.
선동열은 최고 대우를 받을까
KIA는 일단 이날 선 감독을 선임하면서 계약금과 연봉 등 계약 조건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알려졌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인 지난 2009시즌 중반 5년 장기계약을 하며 계약금 8억원에 연봉 3억8,000만원에 사인했다. 총액으로 치면 27억원에 달하는 'FA급 계약'이었다. 역대 최고 연봉은 김성근 전 SK 감독이 받았던 4억원(계약금 8억원)이다. KIA가 사령탑으로도 능력을 검증받은 선동열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이상 김성근 전 감독을 뛰어 넘는 현역최고 대우를 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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