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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일반화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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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일반화의 오류

입력
2011.10.1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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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17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증적 경제효과'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내용인즉 이렇다.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인도 등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188억 달러를 기록, FTA 체결 이전보다 168%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자료를 소개하면서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한미 FTA의 국회 비준안 처리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외견상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이긴 하나, 결론적으로 허점과 오류투성이다.

무엇보다 비교 대상부터 잘못 골랐다. 미국은 칠레도 싱가포르도 아니다. 경제력 규모로 따지면 헤비급과 플라이급 수준의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교역액은 902억 달러로, 칠레(71억7,000만 달러), 싱가포르(74억 달러)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FTA 파급 효과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칠레와 싱가포르, 인도 등과의 FTA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다 '이익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미 FTA는 다르다. 농민, 축산농가, 소상공인, 중소 제조업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미국의 요구로 외교관행을 무시한 재협상 과정을 거치며 '이익의 균형'이 크게 훼손됐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질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FTA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 의회도 전례 없이 신속하게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한미 FTA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미 FTA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 해도 당장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갈 수는 없다. 아직껏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와 국가소송제 도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피해 계층에 대한 보완대책도 더 세밀히 다듬어야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비준안 처리를 재촉하기보다는 그간 미처 살피지 못한 문제 규정은 없는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따져보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허정헌 경제부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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