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지도자들은 노쇠해 능력이 없거나 상황을 오판해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17일 3개 TV 방송을 통해 러시아 전역으로 중계된 인터뷰에서 “(약한) 정치력은 소련 붕괴와 국민 분열로 이어졌고, 국민은 보호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기 집권한 과거 지도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대통령직 복귀를 향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다.
푸틴 총리는 “최선의 효과가 나오도록 하겠다” “국민은 내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원한다”는 등의 말로 자신이 격변기 러시아의 미래를 보장할 적임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공황과 2차 대전 기간 미국 대통령을 4번 연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거론하며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정치적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로 대통령직 3선 도전을 정당화했다.
그는 자신의 복귀를 비판하는 서방에 대해 “인플레, 국가부채, 비만 등 자기들 문제나 신경 쓰라”고 쏘아 붙였다. 하지만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균형잡힌 정책 목표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차기 총리를 맡을지에 관해서는 “12월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우위를 유지하면 메드베데프는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총선 결과에 따라 정국 구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통합러시아당은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전체 450석 중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는데,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현 의석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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