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병사 한 명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죄수 1,027명을 바꾸는 역사적인 포로교환이 18일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에 따라 5년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길라드 샬리트(25) 병장과 1단계 석방 대상인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재소자 477명은 이날 자유의 몸이 됐다. AFP통신은 "이-팔 분쟁의 상징인 라파 국경검문소가 활짝 열렸다"고 보도했다.
포로교환은 몇 단계를 거쳐 순조롭게 진행됐다. 샬리트 병장은 오전 차량 편으로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검문소로 이동해 이집트 당국에 인계됐다. 동시에 이스라엘 남부 케치오트, 동부 하샤란 수용소를 떠난 팔레스타인 포로들도 각각 이스라엘과 이집트 국경의 케렘 샬롬 검문소와 요르단강 서안 베이투니야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측은 검문소로 마중 나온 당국자들이 샬리트 병장의 신병을 확인한 직후 팔레스타인 여성 재소자 27명을 풀어줬다. 샬리트는 간단한 의료 검진을 받은 뒤 헬리콥터를 타고 텔아비브 인근 텔 노프 공군기지로 날아가 꿈에 그리던 가족과 해후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을 늘 그리워했다"며 "나의 석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샬리트는 26년 만에 팔레스타인에서 살아서 귀환한 첫 이스라엘 군인으로 기록됐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샬리트가 수감 기간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해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샬리트의 이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팔레스타인 포로 430여명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 향했고, 40여명은 시리아 카타르 터키 등 국외로 추방됐다. 하마스 관계자는 "제3국 추방에 필요한 새 여권을 발급해 이집트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풀려난 팔레스타인 포로들은 1차 석방자이며 나머지 550명은 두 달 안에 석방된다.
1차 포로교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마스는 이날을 국경일로 선포하고 사흘 동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도시에서 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인정받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석방 포로 가운데 폭탄 테러범이 다수 포함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002년 29명이 숨진 네타니아 호텔 폭탄 테러의 주범 나세르 야타이마와 같은 해 예루살렘 폭탄 테러로 11명을 살해한 왈리드 안자스가 대표적 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시 테러를 저지른 포로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17일 "포로교환은 법원의 권한에서 벗어난 정치적 결정"이라며 테러 희생자 유족이 낸 교환 중지 청원을 기각했다. 요르단포스트는 "법원이 이-팔 당국간 합의에 제동을 걸 경우 살리트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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