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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내 책상 위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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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내 책상 위의 2009

입력
2011.10.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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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그림과 음악과 호찌민 평전이 있다 먼지가 두껍게 앉은 스탠드도 있다 까망도 있다 의무감도 있다 최선을 다해보려 낑낑대는 나도 있다 없는 것들까지 있다 밤도 있다 겨울도 있다 아킬레스건도 있다 꿈도 있다 21세기가 있다 100명의 소녀들에게 아침을 나눠주는 당신이 있다 영원이 있다 희미한 희망이 있다 까망을 사랑하는 빨강이 있다 파랑과 합체하는 빨강도 있다 무채색과 어울리는 바람도 있다 색깔론이 있다 분단과 녹슬어가는 자본주의가 있다 바겐쎄일이 있다 후일담도 있다 MB노믹스도 있고 MB악법도 있다 30년과 10년 종류별 ‘잃어버린’도 있다 그림과 음악과 호찌민 평전이 있다 먼지가 두껍게 앉은 스탠드도 있다 뉴타운 천국 실업자천국 씨네마천국 김밥천국 호기심천국 천국도 종류별로 있다 그때 그 시절! 복고열풍도 있다 냉전도 반민주도 복고 복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던, 엄마만 없다

● 책상 앞에 앉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나만의 멍청한 표정이 필요할 때 고개를 숙이고 앉습니다. 먼지가 잔뜩 쌓였지만 청소할 맘도 생기지 않는 날들이에요. 누구도 알아채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아킬레스건을 몰래 떠올려봅니다.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위정자들의 아킬레스건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텐데, 푸념도 해보고요. 내 책상 위에는 십 년째 똑같은 그림. 모딜리아니의 <젊은 견습생> 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선물로 받았을 무렵엔 그림 속에서 눈감고 꿈꾸는 청년의 몽상을 찾아냈었는데요. 이제는 책상에 팔을 괴고 졸고 있는 사람의 지독한 피로가 보입니다. 그래도 모딜리아니의 견습생과 저는 형편이 나은 편이에요. 책상을 갑자기 빼앗기고 공원으로 출근하는 이들도 아주 많으니까요. 음악은 계절처럼 자주 바뀝니다. 책상 위에 평전은 한 권도 없어요. 알려주세요. 누구의 평전을 읽어야 다가올 해(年)들에는 사는 일이 사는 일다워질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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