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학생잡지 <학원> 편집기자로 출발해 30여년간 잡지를 만들어온 시인 권오운씨가 소설 속 잘못된 우리말 사용을 지적한 책 <우리말 소반다듬이> (문학수첩 발행)를 냈다. "소반다듬이란 소반 위에 곡식을 펴 놓고 모래 같은 잡것을 고르는 일을 말합니다." 제목처럼 저자는 김훈의 <남한산성> , 공지영의 <도가니> ,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 널리 읽힌 유명 소설들을 속속들이 헤집으며 '옥에 티'를 하나하나 집어낸다. 엄마를> 도가니> 남한산성> 우리말> 학원>
'김인숙은 무덤을 몇 기(基)라 하지 않고 시체 세는 단위인 '몇 구'(단편 '바위 위에 눕다')라 했고 성석제는 '농익은 수박'을 '농한 수박'(단편 '이인실')이라고 하여 '농담하는 수박'으로 만들어 놓았고 김별아는 '회가 칠해진'이 아니라 '회벽이 칠해졌다'(장편 <검은 사탕이 녹는 동안> )고 했다.'(59쪽) 검은>
오자나 단어의 잘못된 사용뿐 아니라 번역투 문체, 일본어 차용도 지적한다. 정영문의 소설집 <목신의 어떤 하루> 에는 '여겨졌다' 같은 번역투 문장이 빈번하고, 신경숙 한강 천명관 등의 단편에는 '오차'(차) '곤색'(감색) 등 일본어 표현이 자주 나온다. 목신의>
권씨는 "독자들은 우리말 잘 아는 사람은 금세 오자를 찾는 줄 알겠지만, 나는 아직도 소설 한 편 읽는데 사전을 20~30번 찾는다. 우리말이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사전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작가들의 실수가 많다. 요즘 작가들은 사전을 잘 안 찾아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대가들의 작품도 그의 레이더망을 피하지 못했다. 박완서는 명사에 '~스럽다'를 붙여 형용사 만들어 쓰기를 즐겼는데, 이것이 지나쳐 '주책스럽다(<그남자네 집> )처럼 잘못된 말을 쓰기도 했다. 이청준과 조정래는 '헛수선 떨기처럼'(이청준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 '목메임''길닦음' (조정래 <태백산맥> ) 등처럼 동사ㆍ형용사를 명사형으로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권씨는 "작가들이 우리말을 잘 못 쓰는 것은 아무도 이들 작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학상 심사평을 읽어봐도 우리말 사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태백산맥> 그곳을> 그남자네>
그는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작가로 소설가 김경욱을 꼽았다. 이 책에서 몇몇 작품이 지적되긴 했지만, 은희경 역시 우리말을 잘 쓰는 작가다.
"'시적 허용'이란 말이 있듯이 작가가 꼭 표준어만 써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작가란 우리말의 파수꾼이다. 작품에 방언이나 사투리, 비속어를 쓸 때, 가능한 한 대화체에서만 쓰고, 지문에서는 바로 써야 한다"고 답했다. "소설 읽는 재미는 이야기의 재미, 문장의 재미인데, 문장의 맛이란 바른 문장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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