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私邸) 신축계획을 백지화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33)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부지를 공동 매입해 지분과 땅값을 나누는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관련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땅값 나눈 기준 뭔가
이씨와 경호처가 땅값 54억원을 나눠 낸 기준이 의혹의 핵심이다. 경호처의 의뢰로 2곳의 감정평가법인이 지난 3월 24일과 5월 20일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이씨 지분의 감정평가액은 17억3,212만원이었다. 그런데 실제 매매계약서상 이씨가 지불한 금액은 11억2,000만원에 불과해 이씨가 6억1,212만원은 이득을 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경호처의 지분은 평가액이 25억1,481만원이지만 실제 매입가는 42억8,000만원으로 17억6,519만원이나 비싸게 샀다.
공시지가와 비교해도 이씨는 건물 대지 220평 매입에 공시지가(12억8,697만원)보다 10%(1억6,000여만원) 싸게 산 반면, 경호처는 공시지가(10억9,385만원)보다 약 4배(42억8,000만원) 비싸게 땅(648평)을 샀다. 경호처의 예산이 이씨의 지분 매입에 투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국고 일부분이 시형씨 토지구입 비용에 포함됐다면 명백한 배임"이라며 형사처벌을 주장했다.
공유지분 분할 기준 뭔가
이씨는 사저 예정 부지인 20-17, 20-30, 20-36 세 필지를 경호실과 공동 지분으로 매입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분할됐는지는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
야권에서 "향후 개발이익이 시형씨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경호처가 시세보다 비싼 매입가로 밭 필지를 포함해 일괄계약을 한 뒤 시형씨가 내놓은 돈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지분을 나눴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사저 부지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으로 보금자리주택 개발, 고속도로 개통 등 개발 여지가 많다.
논란이 제기된 직후인 11일 이 대통령은 부지 명의를 자신에게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미 소유 부동산을 아들 이름으로 명의신탁한 것이어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출처도 안 밝혀져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청와대는 이씨의 부지 매입자금 11억2,000만원의 출처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대통령의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5억2,000만원, 친척으로부터 6억원을 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대출 6억원 등 총 12억원을 빌려 나머지 돈은 세금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씨가 친척으로부터 빌렸다는 6억원의 이자를 갚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친척에게서 돈을 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이 대통령 부부의 자금이 직접 건네졌다면 증여세 탈루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야권에선 경호처가 영수증이 필요 없는 청와대 특정업무비로 이씨 몫 6억원을 대납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매도인의 석연찮은 침묵
사저 부지 논란의 키를 쥐고 있는 매도자 유모(55ㆍ여)씨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와 관련, "최근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사저 부지를 매물로 내놓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호가가 80억원이나 됐고, 사저 부지 내 한정식집은 올해 서울의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지정되는 등 계속 영업할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는 유씨에게 부지를 매각하도록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리고 저가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어떤 특혜를 제공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씨와 경호처가 구입한 내곡동 20-30번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1월 박모씨가 유씨에게 토지를 증여한 것으로 돼 있다. 박씨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팀장이다.
이 대변인은 "박씨와 유씨가 특수관계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씨와 통화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 전화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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