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건립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인책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인종 경호처장은 17일 사저 의혹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김 처장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면서 실무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곡동 사저 매입은 청와대 경호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퇴임 후 대통령이 거주할 사저 부지와 경호시설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경호처의 고유 업무"라고 말했다. 경호처는 대통령실장이나 관련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게 사저 매입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경호처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면서 진행한 것은 아니다. 퇴임 이후에 실제 사저에 거주할 이 대통령 부부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부부의 지시를 받아 경호처가 일을 처리했다는 해석이다. 공식적으로 사저 터는 이 대통령이 직접, 경호시설 부지는 경호처가 매입하도록 돼 있다. 경호처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3)씨가 경호처 직원과 함께 수도권에서 10곳이 넘는 사저 터 후보지를 둘러보았고, 내곡동 사저 부지를 자기 이름으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매입 과정에서 경호처가 아닌 다른 대리인을 내세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의지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 문제는 아내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문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김 여사가 내곡동 사저 터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터가 좋을지 여부를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자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자문했다는 말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처와 시형씨가 주로 나서서 사저 부지 매입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 대통령 부부는 매입 계약이 성사된 직후 둘러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총무기획관실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처가 대통령실장이나 수석들에게도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내곡동 사저 터 매입을 주도했지만 총무기획관실은 돈 지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추가 문책론을 제기했다. 김백준(71) 총무기획관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선배로 현대건설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해 온 최측근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