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 시즌이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다.
17일 CJ그룹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다른 그룹들도 현재 인사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별 그룹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대기업 인사의 큰 흐름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인사시기를 가급적 앞당긴다는 점 ▦여성 및 소프트웨어 쪽 인력의 약진이 예상된다는 점 ▦일부 그룹에선 큰 폭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 등이다.
◇삼성: 시기를 놓고 관측이 구구했지만 일단 예년처럼 12일로 가닥이 잡혔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인사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바르면 12월 초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의 하이라이트인 사장단 인사의 경우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은 이미 지난 7월과 9월 전격적으로 삼성전자의 일부 계열사 사장을 교체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진용도 재구축한 상태. 이를 통해 '사장급은 연말 정기인사와 관계없이 수시로 교체될 수 있다'는 새 원칙이 생긴 만큼, 이번에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삼성 내부의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미래전략실과 전자 쪽엔 사장이나 팀장급 인사요인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는 큰 폭이 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신 임원급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490명의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도 경영쇄신 차원에서 이에 못지 않은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대적 계열사 사정에 따른 문책성 교체도 많을 것이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젊은 세대의 승진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여성인재, 소프트웨어 인력을 강조한 만큼 최초의 여성사장이 나올 수 있을지, 대규모 여성임원이 배출될지, 소프트웨어 쪽 인재들이 대거 승진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대차ㆍ SKㆍLG: 현대기아차 그룹은 12월 중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점, 현대건설이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 규모의 승진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근 SK플래닛 분사로 SK텔레콤 인사는 일찌감치 끝냈다. 그룹 전체 인사는 12월 중순에 단행될 예정. SK 관계자는 "지난해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를 대규모로 단행했기 때문에 사장단 이상 교체 폭은 올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업적보고회를 다음달 개최한 뒤 12월 중순께 인사를 단행한다. 전자 부문의 실적악화가 두드러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시각과 LG의 기업문화로 볼 때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엇갈린다. 다만 다른 그룹에 비해 장수CEO들이 워낙 많은 점이 변수로 꼽힌다.
◇CJ: 국내 대그룹 가운데 이날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은 이해선 CJ오쇼핑 대표이사(57)를 총괄 부사장으로, 김성수 CJ E&M 방송사업부문 대표(부사장)를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예년보다 보름이나 인사시기를 앞당겼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25명이 새로 임원에 발탁되는 등 총 44명이 승진했다.
특히 피인수기업(온미디어) 출신의 김성수 대표가 국내 최대 예능콘텐츠기업인 CJ E&M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CJ 관계자는 "역동적인 세계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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