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가인 중국, 미국에서 국가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는 의미 있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얼마 전에 중국은 우주 정거장을 위한 톈궁 발사에 성공해 세상을 한층 더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면서 엔지니어에 인문, 예술, 경영을 융합하는 혁신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거듭 일깨워주었다.
소프트웨어 부실은 당연한 결과
한쪽은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더 높은 영역으로의 확장에 성공하고, 또 한쪽에서는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해서 극과 극을 융합시킨 혁신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빙산의 일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해당국가가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한 후에 표출된 귀중한 결실들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도체 초미세 노하우를 통신에 응용해 하드웨어 부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에서 보듯이 하드웨어와 걸맞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함께 필요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부문에서 극소세계로 줌인 하는 기술은 발달했지만 융합에 필요한 크게 보는 안목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혁신과 창의성으로 글로벌 선두가 되려면 우리나라의 약점을 서둘러서 보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나무에 대한 탐구력과 큰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융합해 창의적 성과를 얻으려면 해당 사안에 대한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이들의 핵심이 보이지 않고 추상적인 극대, 극소세계 양 영역에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과 탐구도구가 우수해야 탐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수리적 사고법을 길러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고등학생들에게 어려운 이공계 수학을 피하게 하는 교차지원을 용인해왔다. 군소대학들의 입학경쟁률 향상 등 여러 근시안적 이유들이 과학기술 발전과 창의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토대를 크게 훼손시킨 조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넘어가겠지만, 만약 과거에 큰 안목으로 학생들에게 수리학문에 대한 원칙을 제대로만 지켰다면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약세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도 큰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있어 미래가 걱정이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저출산, 고령화라는 쓰나미가 곧 우리나라를 덮치게 됨을 알 수 있다. 도움을 받아야 할 고령자는 급격하게 늘고 복지재정을 받쳐줄 젊은이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지금과 전혀 다른 특별한 상황이 예정되어 있다.
또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복지에 전념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경우도 꼼꼼하게 살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외국의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에 곧장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글로벌 구조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이론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한국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어, 국민 모두가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 개개인은 바른 판단 키워야
열강들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나무와 큰 숲을 함께 보면서 혁신을 통해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야 한다. 리더는 일반국민들보다 앞서서 바람직한 정책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서 예정된 어려운 상황과 글로벌 경제위기시대 등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우물 안 포퓰리즘에 편승한다면 국가경쟁력 약화와 함께 후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을 넘기는 것이 된다. 지난날 일부 지자체장들이 미래 수요를 부풀려 선심성 사업을 벌이다가 재정파탄으로 이어져서 주민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길게 보면, 국민 각자의 바른 판단이 쌓여야 훌륭한 리더를 낳을 수 있다. 국민 각자가 평생에 걸쳐 인성 및 지성에 대해 알차게 교육받는 것이 근본적인 장기처방책이므로, 교육자가 맡고 있는 역할을 평소에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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