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간 당 100㎜의 집중 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심 지하에 '빗물 고속도로'를 만든다.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광화문에 이어 강남역, 사당역 등 7개 지역에 대심도(大深度) 빗물배수터널을 뚫어 한강과 지천으로 지하 물길을 낼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도심 빗물 배수터널은 총 연장 20㎞ 규모로,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시는 이 공사에 약 8,582억원을 투입한다.
저지대로 흘러내린 물을 저류조로 일단 끌어들인 뒤 강이나 지천으로 연결하는 '물길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지름 5~7.5m 크기(광화문 배수관은 3.5m)로 지하 30~40m 깊이에 설치된다. 서울 지역 대부분에는 10년 빈도 시간당 75㎜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관거만 설치돼 있는데, 이 지역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면 50년 빈도 시간당 100㎜ 수준의 빗물처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역별로는 신월ㆍ화곡동 일대(신월동-안양천) 4.3㎞, 용산 한강로 일대(삼각지역-한강) 2㎞, 사당역 일대(사당역-한강) 3.6㎞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공사 설계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이 세 빗물배수터널 공사비로 각각 1,892억원 1,169억원 1,595억원이 책정돼 있다.
서울 강남역 일대(강남역-한강) 3.1㎞, 신대방역 일대(신대방역-여의도) 3.2㎞, 길동 일대(길동-한강) 1.8㎞에도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예상 공사비는 각각 1,317억원 1,363억원, 850억원이다.
광화문 일대(효자동-청계천)는 시가 일괄입찰방식으로 2013년 말 2㎞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공사(공사비 396억원)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신월ㆍ화곡동의 경우 올해 큰 수해를 입지 않았지만 지형에 굴곡이 거의 없어 침수 위험이 높은 곳으로 보고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앞으로 10년간 5조원을 들여 시간당 강수량 75㎜ 10년 빈도의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하수관거를 시간당 강수량 100㎜ 50년 빈도의 배수관거로 확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의 올해 폭우 후 대책의 일환이다.
시는 광화문의 경우 75㎜ 10년 빈도 하수관거를 95㎜ 30년 빈도로 확대하고, C자로 굽어진 하수관거를 곧게 펴는 한편, 부족한 빗물받이 수를 확충하는 등의 배수로 확장 공사를 올해 2월 시작해 지난달 말 완료했다. 지름 3.5m, 길이 2㎞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더하면 광화문 일대가 시간당 100㎜의 폭우에 대비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대부분 시간당 10년 빈도로 설치된 도심 하수관을 모두 확장하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기 때문에 국지적 침수 지역에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는 게 (하수관거 확장공사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상습 침수지역이면서 주변이 높은 구릉이어서 급류가 생기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지역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의 설치 대상지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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